한나라당은 28일 민주당의 ‘선거 축소 지시 및 검찰·선관위에 대한 압력행사’의혹에 대해 총재단회의-의원총회-검찰총장·중앙선관위원장 항의 방문 등 릴레이 공세를 펼쳤다. 공세의 수위는 지난 주말과 휴일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올라갔다.“역대 어느 정권도 이보다 더 부패하고 부정하고 부도덕적인 적이 없었다”는 등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발언도 최고 수위에 다다랐고, 의원 총회서는 ‘정권 퇴진’ 주장까지 나왔다.
총재단회의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이라도 하듯 부총재 11명 전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기를 뒤흔든 사건”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 정균환(鄭均桓) 총무, 윤철상(尹鐵相) 사무부총장 등을 선거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의원총회 이총재는 의총에서“(이번 사태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은 정말 무책임하다”며 “아시아의 민주지도자라면서 입을 닫고 있다면 국제사회는 뭐라고 하겠느냐”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총재는 “김대통령은 여당이 선관위, 검찰과 어떻게 내통했는지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관련자를 해임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국가의 대들보가 무너지는데 기와를 고치는 게 무슨 대수냐”며 “당력을 모아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를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민주당은 여당이기를 포기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몰아쳤고 ,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이 문제를 흐지부지 끝낸다면 국민들이 우리당에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촉구했다.
청와대 등 항의 방문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 주진우(朱鎭旴) 비서실장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오후 2시 한광옥(韓光玉) 청와대비서실장에게 6개항의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한나라당은 질의서에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선거법 위반자 10여명의 명단 ‘제3의 정보’의 출처와 내용 등의 공개를 촉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유지담(柳志潭) 중앙선관위원장을 각각 항의 방문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민주
‘선관위 총선 비용 실사 개입의혹’으로 곤경에 빠진 민주당 내에 당의 전면적인 ‘쇄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당이 맞고 있는 위기를 돌파하고 국민에게 설득력있는 정국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선 현 지도체제를 포함한 당의 모습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안팎의 이같은 기류에 대해 여권 핵심부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8일 “집권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터진 실수여서 상당히 곤혹스럽다”면서 “당이 노출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전당대회 후 당 체제 개편에 대폭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당 쇄신의 필요성은 이번 파문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만큼 전당대회를 계기로 대통령의 구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쇄신론은 구체적으론 서영훈(徐英勳)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전면적인 개편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민주당 창당 과정에서 영입돼 8개월여 동안 당을 이끌어온 서대표는 유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그의 ‘정국 돌파력’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 따라서 차제에 실질적으로 당을 꾸려갈 대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김옥두(金玉斗) 총장 등 당직에 전면 배치된 동교동계 인사들의 책임론과 함께 이들의 2선후퇴론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 5명의 지명직 최고위원들에 대해서도 원로 및 지역 안배 차원을 떠나 뭔가 신선하고 개혁적인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당 쇄신론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철상(尹鐵相) 사무부총장의 개인적인 ‘말 실수’ 때문에 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김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당의 전체적인 ‘과오’로 보기 보다는 개혁돼야 할 정치권의 현실로 보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바로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그래서 전당대회 이후 당 체제 개편은 ‘문책’이 아니라 김대통령의 집권후반 정국운영의 기본 구상에 따라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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