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극이 봇물을 이룬다. MBC ‘허준’ 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인물 사극이 안방 극장의 주류를 형성할 조짐이 보인다.후삼국 시대에서 고려 건국까지의 과정을 왕건 궁예 견훤 등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하고있는 대하사극‘태조 왕건’을 방송해 눈길을 끌고 있는 KBS가 조선시대 인물 허균(許筠·1569~1618)을 다루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9월 28일부터 수목 드라마로 내 보낼 ‘천둥소리’는 선조 2년에 태어나 반란과 반역의 시대를 살면서 뛰어난 문재와 거칠 것 없는 파격을 보여준 허균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준다.
SBS는 더 많은 인물 사극을 준비하고 있다. ‘장희빈’ ‘임꺽정’ ‘홍길동’등을 방영했던 SBS가 준비하고 있는 인물극은 세 개다.
‘용의 눈물’의 연출자 김재형PD가 연출을 맡아 내년 1월 1일부터 방송할 ‘여인천하’는 월탄 박종화 원작이다.
중종때 관비의 딸로 태어나 정경부인까지 오른 정난정(鄭蘭貞·?~1563)의 일대기를 다룬다.
고구려 말의 장군으로 당나라의 침략을 네 차례나 물리치며 중국에 강경 독립노선을 걸었던 연개소문(淵蓋蘇文·?~665)도 드라마화한다.
최근 소설가 유현종에게 ‘연개소문’의 판권을 구입해 ‘허준’의 작가 최완규에게 극본을 의뢰한 상태다.
또한 조선시대 학자이자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李之函·1517~1578)도 드라마로 만들기로 하고 연출자 선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MBC도 ‘허준’의 인기를 이어간다는 목표로 세종때 과학자 장영실(蔣英實·?~?),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리학자 김정호(金正浩)등 조선시대 인물을 중심으로 드라마화를 검토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여러 이유에서 인물 사극을 경쟁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우선 MBC‘허준’의 높은 인기를 누린 사극이다.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사극이 ‘허준’을 계기로 시청자의 관심을 끈 데다 ‘태조 왕건’이 인기를 이어가자 인물극이 붐을 이루게 된 것이다.
드라마 구조와 제작 환경도 하나의 원인이다.
KBS 드라마국 안영동 주간은 “정통 사극을 다루려면 세트비 등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 제작에 어려움이 많은데, 인물 사극은 적은 제작비로 정통 사극 분위기도 풍기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극에 대한 연기자들의 인식 변화도 인물 사극의 붐을 조성하는데 한 몫을 한다.
연기가 힘든데다 주수입원인 광고로 연결되지 않아 사극 출연을 꺼리던 스타급 연기자들이 ‘허준’ 성공을 계기로 사극 출연을 자청함으로써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에 가장 큰 어려움인 캐스팅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방송사가 인물 사극 제작에 앞서 선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허준’ ‘태조 왕건’ 등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역사왜곡의 문제다.
서울대 규장각의 김호 연구원은 “사극이 픽션이라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명확히 하고 전문가와 방송 제작진이 참여하는 모임을 통해 가급적 드라마의 역사적 사실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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