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방송탑인 모스크바 오스탄키노에서 27일 대화재가 발생, 28일까지 불길이 치솟고 있다.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침몰로 실의에 빠진 모스크바 시민들은 화염에 휩싸인 타워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일요일 밤을 보내야 했다.
유럽 최고인 540㎙ 높이의 이 타워는 옛 소련시대 근대화의 상징으로, 러시아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준 건축물이었다.
소방관들은 화재 발생 14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 일단 밑으로 번지는 불길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상 144㎙와 330㎙ 사이에서 다시 새로운 불이 발생, 향후 전개될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모스크바 소방서가 타워의 붕괴 가능성을 제기한데 이어 경찰은 탑 주위 500㎙ 내에 있는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화재 발생 직후 진압장비를 운반하기 위해 탑에 올랐던 소방관 3명 등 4명은 아직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27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각) 지상 460㎙ 높이에서 배선 누전으로 최초로 발생한 후 엘리베이터가 추락, 지상 120㎙에서 327㎙ 사이에서 두번째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수천 개의 신호·동력 전달 케이블선을 타고 확산돼 섭씨 1,500도의 고열과 검은 연기를 토해냈다.
화재 발생 직후 NTV와 RTR, ORT 등 3대 방송을 비롯한 모스크바의 모든 TV, 라디오 방송이 중단됐으며 에코 모스크바 등 일부 언론사의 방송만이 자정을 전후해 재개됐다.
타워내에는 TV 15개, 라디오 14개 등 대부분의 러시아 방송사가 입주해 있다.
소방관들은 유독가스와 열기 때문에 120㎙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되자 고압 분사 소방호스를 이용, 불길이 번지는 케이블선을 향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수시로 화재 진압 경과를 보고 받으면서 예비 안테나를 이용한 방송 재개 방안을 모색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1967년 11월 건립된 오스탄키노는 캐나다 토론토의 CN 타워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타워이다.
건물자체의 위용과 휘황찬란한 장식조명, 시계 50㎞의 전망대 등으로 모스크바의 관광명물로 자리잡았다. 방송사가 집결된 탓에 1993년 쿠데타가 일어났을 땐 정부군과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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