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남정(藍丁) 박노수(朴魯壽·73)의 대규모 회고전이 9월 1일부터 1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호가 말해주듯 그는 푸른 색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작가이다.
한국화에서는 너무 튈 것 같은 푸른 색을 그는 감각적이면서도 정갈하게, 또한 과감하게 사용해서 붉은 색을 즐겨 썼던 중국근대회화의 마지막 봉우리 제백석(齊白石)과 더불어 ‘백석 홍(紅), 노수 남(藍)’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작가는 죽은 다음에야 평가받는다고 하지요. 생화와 조화를 섞어 놓으면 처음에는 잘 구별이 안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화는 결실을 맺고, 조화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나도 심판받을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지요. ”
13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자 회고전적 의미가 있는 이번 전시회에 그는 1950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해온 수묵채색화 60여점을 선보인다.
제4회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 ‘선소운(仙簫韻)’과 소복 입은 여인의 적요한 자태를 그린 ‘원(遠)’, 서늘한 여운이 느껴지는 ‘수변(水邊)’등 대표작에서 백로가 푸른 산을 가로 질러가는 ‘백로’ 와 사슴이 푸른 들판에서 뛰노는 ‘유록(遊鹿)’ 등의 최근 작까지 보여준다.
‘북화의 준열함과 남화적 색채의 감각적 정서를 절충한 그림들’ 이다.
그림 속의 소년이나 여인 백로 사슴은 한결같이 가냘픈 몸매로 한가로우면서도 관조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책을 읽고 있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강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서는 평생 선비라는 말을 듣고 있는 노화가의 곱게 늙은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관념적이면서도 실경적 요소가 조화된 그의 한국화에는 간결한 운필의 수묵과 채색이 동시에 어우러지고 있다.
“해방이 되니까 남화, 문인화를 강조하던 교수들이 갑자기 채색화 작업을 꺼리며 이를 계속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더군요.
하지만 남화, 북화를 모두 거쳐야 자기 것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생각으로 채색화를 독학으로 병행해 나갔죠. ”
문인화적 테크닉에 녹아든 그의 절충주의적 한국화는 수묵화의 근엄함은 보이지 않지만, 동서양을 초월한 절제되고 간결한 새로운 그림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는 ‘동양적 여백의 미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 라는 평가도 따라다닌다.
투명한 푸른 빛, 때론 초록 빛에 걸쳐있는 넓고 긴 흰 여백의 공간은 화면을 서늘하고 품격있게 만들고 있다.
서울대 미대 제1회 졸업생으로 이화여대와 서울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정회원이자 서울시 미술대전 운영위원인 그는 “예술원 미술전과 서울시 미술대전에 출품하기 위해서도 매년 몇 점씩의 신작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720_1020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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