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얼떨결에 한마디…웃음선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얼떨결에 한마디…웃음선사

입력
2000.08.28 00:00
0 0

때리고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온몸으로 연기하는 코미디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듯 얼굴에 주름을 잔뜩 잡거나 대사에 힘을 주는 코미디가 웃음을 자아냈던 적도 있었다.요즘 이런 코미디로 사람을 웃기려다 ‘썰렁하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다. 가급적 표정을 없애고 즉흥적으로 한마디 던지는 게 폭소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대본에는 없지만 출연자가 상황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애드립’방식이 코미디의 대세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나오는 애드립에 감정이 실릴 리 없다. 그러나 즉흥적인 대사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짓게 하는 강점이 있다.

광고도 애드립의 시대다. 생각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맞받아치는 광고모델의 대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의도된 카피일 수도 있겠지만 시큰둥한 표정과 별다른 억양없이 짤막한 대사는 코미디의 애드립을 닮았다. 시청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한마디에 당혹해 하면서 웃음을 지을 만한 대목이다.

국민드라마 ‘허준’에서 임오근으로 열연했던 탤런트 임현식이 배스킨 라빈스 CF에서 임오근의 표정과 억양 그대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아이스후르츠 하나”라고 멋지게 말한 뒤 “아이스크림 동동 띄워서”라고 덧붙인다.

아이스크림 가게 배스킨라빈스에 아이스크림이 빠질 수 있을까. “여긴 원래 아이스크림이…”라고 직원이 설명하려 하자, “내가 여기 7년 단골이야”라며 흥분한다.

CF의 반전은 “지난해 문 열었는데요”라는 직원의 대답. 이쯤되면 모델이 무안해 하면서 끝을 맺는 게 광고의 전형이겠지만 CF의 마지막은 임현식의 심드렁한 한마디가 덧붙여진다.

“작년 몇월?” 임현식이 마지막 애드립을 던지고 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된다.

인터파크 ‘CD’편은 차태현과 김건모의 의성어 애드립이 돋보인 CF. CD가 더덕더덕 붙은 모자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몸을 흔들면서 서로 카메라 앞에 서려고 몸싸움을 벌일 때 CD가 도착한다.

“레코드 가게에서 안 샀다, 인터파크에서 샀다”는 광고시리즈의 기본 카피는 유지됐지만 뒤를 잇는 ‘CD를 긁는 듯한’ 음성은 이전 CF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엽기적인’ 애드립이랄까. 서로 툭툭 치면서 기괴한 소리를 내는 두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이 특징이다.

미과즙음료 ‘2% 부족할 때’CF에서는 탤런트 최진실과 최진영 남매가 등장했다.

두 사람 모두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보다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돋보이는 게 특징. 이런 개성은 CF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어쭈, 너도 2% 마시냐?”라며 머리를 툭 치는 최진실에게 최진영이 “날 아직도 물로 보는 거야?”라며 이미 알려진 CF의 카피를 인용한다.

최진영의 다음 대사는 “시집이나 가”. 최진영의 말대꾸가 갑작스럽고 엉뚱해서 우습기도 하지만, 최진실의 결혼발표를 떠올리는 애드립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