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가요? 어때요?” 단정한 투피스에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나타난 MBC ‘뉴스 데스크’ 여성 앵커 김은혜(29)는 힘찬 목소리로 묻는다.그는 1년 4개월 사이 취재에만 몰두하던 기자에서 뉴스 멘트, 의상, 화장까지 신경쓰는 앵커로 변신해 있었다.
지난 해 4월 26일 오후 9시 ‘뉴스 데스크’에선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남자 기자와 여자 아나운서라는 철옹성같은 공동앵커 구도가 무너진 것이다.
현장 경험이 있는 기자를 앵커로 기용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자는 방송사의 결정으로 입사 6년차인 김은혜기자를 앵커로 기용한 것이다. 파격이었다.
예쁜 용모에 부드러운 어투로 일관하는 아나운서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강약을 조절하고 거칠게 뉴스 멘트를 하는 중성적 이미지의 김은혜앵커에 부담을 느꼈다.
“오디션을 거쳐 앵커로 결정결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한 가지만 생각했다. 처음이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그의 이름 앞에 어느 사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최초의 방송사 정치부기자, 최초의 여기자출신 앵커 등.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도 받지만 덕을 본 것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기자이기에 취재현장에서나 앵커석에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일로서 승부할 따름이다.” 그는 당당하다.
당당함의 원천은 노력과 투지다. 그의 방에는 갖가지 색으로 그어진 신문 스크랩이 붙어 있다.
소리 내어 읽다가 한번 틀리면 빨간색, 두번째 틀리면 파란색, 다시 틀리면 노란색으로 줄을 그어 놓은 것이다.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도 할 말이 남았는지 밤 늦게 전화로 추가 설명을 한다.
TV 뉴스는 앵커의 외모와 성(性), 그리고 전달방식에 의해 큰 차이가 난다. “뉴스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외모나 약간의 연기력도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앵커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신뢰성을 주는 진행이다. 앵커의 멘트 한 마디에 수많은 시청자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무서움마저 든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정확한 앵커 멘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멘트에서는 아직 사건과 현상을 지적하는 뾰족함은 부족한 듯하다. 그는 ‘스테인드글라스 앵커관’을 갖고 있다.
“형형색색의 유리조각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앵커도 여러 기자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뉴스를 하나의 틀안에서 조화롭게 구성해내야 한다. ”
플루스트를 꿈꾸던 김은혜는 음악대 비리를 접하며 기자로 꿈을 바꿔 이화여대 신방과를 졸업한 뒤 1994년 MBC에 입사했다.
사건현장과 정당을 누비며 활기 넘치는 취재로 시청자에게 존재를 알렸다. 그는 유명인이됐다.
모교인 이화여대 광고에 장명수 한국일보사장과 함께 그의 모습이 나오고, 정당으로부터 정치입문 권고도 받는다.
“방송인이 유명세의 허상에 갇히면 사회에 대한 애정의 눈길이 사라지게 된다. 가끔 우쭐해지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늘 말하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오전 11시 출근해 인터넷 검색, 조간신문 읽기, 취재뉴스 점검, 편집회의 참석, 예고 멘트 작성, 분장, 뉴스진행, 회의, 외국방송 모니터등 밤 12시까지 숨돌릴 틈이 없다.
그러나 긴장과 일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는 “카리스마가 온전히 드러나는 단독 앵커를 꿈꾼다”며 성취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