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정영찬(丁榮贊·28·서울 성북구 안암동)씨는 지난달 말 전셋집을 구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부동산중개업소를 20여군데나 돌아다녔지만 2,000만~2,500만원대 전세는 찾지 못하고 결국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반지하방을 구했다.정씨는 “도대체 전세금 1,000만원당 월 20만원하는 월세계산법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말 3,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하려다 포기하고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만원짜리 월셋집을 구한 최모(26·여·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도 “시중금리의 2배 이상 하는 월세금이 고리대금과 다를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최근 전세매물이 모자라 어쩔수 없이 월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고율의 월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금리가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 집주인들은 주로 5,000만원 이하의 중소형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월 2%의 높은 월세금을 요구해 서민들을 이중고로 몰아넣고 있는 것.
서울 서초구 양재동 그린공인중개사 김천수(金千洙·46)대표는 “서초·강남지역의 경우 IMF 직후 내려갔던 전세값이 원상회복돼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월 2%가 그대로 적용돼 월세가 5만~10만원씩 오르고 있다”며 “98년에 전세 2,500만~3,000만원하던 10평짜리 원룸이 지금은 전세 3,500만원을 적용,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짜리 월세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구주택 9세대를 세놓고 있는 박모(66·여·서울 서초구 양재동)씨는 “시중금리가 낮아 월세를 놓는 게 훨씬 유리한데다 98년 전세값이 떨어졌을 때 세입자들의 전세값 인하분 반환 요구에 시달린 기억 때문에 가급적 월세로 돌린다”며 “원래 월세 2%는 예전부터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연리 24%에 달하는 이같은 고율의 월세는 과거 높은 시중금리에 근거해 인정됐던 것으로, 현재의 저금리 수준에서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랜드 김태호(金兌昊·49)대표는 “정부차원에서 상한선을 만들어 그 이상 받을 경우 세금으로 흡수하는 방법 등으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천부동산’ 김영섭(金永燮·43) 대표도 “중소형 매물 90% 이상이 월세인 요즘 공급이 많은데도 월세금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건설교통부 주택정책 관계자는 “전·월세 문제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데다 더구나 민사관계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규제나 관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曺周鉉·47)교수는 “월세금리는 시중금리보다 1~2%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월세 공급이 많은 현 상황에서도 내려갈 줄 모르는 월세금은 특히 문제”라고 말했다.
조교수는 또 “임대주택사업자들을 공식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월세금리를 시중금리와 연동해 적정수준 이하로 지도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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