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나스닥 시장이 인터넷 속보 경쟁을 악용한 가짜 보도자료 한 장에 농락당했다.25일 나스닥의 광학섬유장비 및 통신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에뮬렉스의 주가가 인터넷에 허위 보도자료가 유포되면서 50% 이상 폭락했다가 회복, 주주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회사인 인터넷 와이어를 통해 인터넷에 뜬 가짜 보도자료는 블룸버그 통신, 다우존스 뉴스 등 공신력있는 매체의 인용보도로 삽시간에 증시에 확산되면서 소동을 일으켰다.
인터넷 와이어사는 PR뉴스와이어사와 비즈니스와이어사에 이어 미국내 3대 온라인 뉴스서비스회사 중 하나다. 가짜 보도자료 내용은 새 회계기준에 따라 에뮬렉스의 7월말 결산 실적이 주당 25센트의 이익이 아니라 주당 15센트 손실로 기록됐으며, 이 회사의 대표이사 폴 폴니노가 사임하고 지난 두 해의 경영실적을 수정한다는 것이다.
오전 9시30분 개장시간에 맞춰 인터넷 와이어에 뜬 이 내용은 곧바로 CBS 마켓워치 사이트와 야후에 자동적으로 올려지면서 전날 113.06달러였던 주가를 이날 10시13분께 103달러로 떨어뜨렸다.
이어 블룸버그와 다우존스의 인용보도로 주가는 3분만에 90달러로 떨어졌으며 10시30분께는 48.25달러까지 폭락했다.
이후 에뮬렉스 주가는 보도자료를 낸 적도 없고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으로 오후장부터 회복되기 시작, 105.75달러로 폐장됐다.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풋옵션’이나 ‘공매도(空賣渡)’ 거래로 차익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증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미 증권관리위원회와 연방수사국(FBI)은 특히 주가가 폭락한 시간대에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매입한 인물을 가려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지난해 3월 야후에 게재된 가짜보고서로 막대한 손실을 본 루슨트 테크놀로지 사건처럼 인터넷 사기에 기업과 증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뉴스 서비스회사, 특히 블룸버그 통신처럼 공신력 있는 회사가 인터넷 속보경쟁 때문에 제대로 확인도 하지않고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는 풍토도 사건의 배경으로 지적됐다.
물론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수분간의 시차로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금융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얻으려는 투자자들의 욕심때문이기도 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