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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학자'썰물' 관료'재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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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학자'썰물' 관료'재입성'

입력
2000.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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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전반기 정부요직에 포진하며 개혁정책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했던 진보성향의 학자그룹이 속속 퇴장, 정부의 정책결정 라인이 전문관료 체제로 되돌아갔다.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에서도 진보적 노동경제학자인 김유배(金有培) 복지노동수석이 경질됨에 따라 경제관련 장관 및 수석 진용에서 학자 출신들은 사실상 모두 배제됐다.

김성훈(金成勳) 농림·김영호(金泳鎬) 산업자원부 장관은 8·7개각 때 이미 퇴진했다. 남은 학자군(群)은 임기직인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와 재야 사회운동가 출신의 김성재(金聖在) 정책기획수석 및 일부 국책연구원장뿐이다.

■ 중경회(中經會)의 몰락

야당총재 시절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해왔던 중경회 멤버들은 정부 출범초 핵심요직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대표격인 김태동(金泰東) 정책기획수석을 비롯, 윤원배(尹源培) 금융감독위 부위원장, 신봉호(申鳳浩) 경제비서관, 이진순(李鎭淳)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과 이 선 산업연구원(KIET)원장, 장현준(張鉉俊)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효석(金孝錫)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으로 집약되는 DJ노믹스의 실질적 이론가들이었다.

그러나 1년만에 김수석과 윤부위원장, 신비서관이 차례로 물러났고, 국책연구원장 중에서도 지금 이진순·장현준 원장만이 남아 있다. 아이디어의 제공빈도도, 정책적 영향력도 크게 위축됐다.

■ 학자그룹의 실패이유

학자그룹에겐 진보적 개혁 이상과 논리만 있었을 뿐 이를 실천할 만한 전략과 힘이 없어 결국 주도권 다툼에서 전문 관료그룹에게 패배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특히 관료 자체를 개혁대상으로 상정했던 김태동 수석이나 윤원배 부위원장은 거꾸로 관료집단에게 당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주식양도차익과세 등 개혁조치들을 야심차게 추진했던 김유배 수석도 결국 의약분업 등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중도하차다.

한 경제학자는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이론가들이다. 어차피 추진력은 관료들이 제공해야 하는데 보수적 관료그룹이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 관료화의 문제점

‘국민의 정부’후반기 경제팀은 전문관료들로 완전히 채워져 관료그룹에 대한 견제세력이 없어졌다.

한 경제계 원로는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관료들이 실권을 장악하기 마련이지만 현 정부는 그 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다”며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적일 수밖에 없는 전문관료의 전권장악으로 어떤 형태로든 개혁노선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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