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자주 듣는다. 남과 북이 만나는 자리에서 북측은 어김없이 이 노래를 부르고,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따라 부른다.벌써 관행이 됐다. 오래전 임수경씨가 북에 갔을 때도 불렀고, 최근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 노래는 합창됐다.
■노랫말은 겉으론 평이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그러나 이 노래 주제인 통일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그 지향점이 판이하게 다르다.
가령 남쪽 사람은 자유민주주의 정부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통일을 ‘소원’ 할 것이며, 북쪽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회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소원’ 할 것이다.
북쪽 사람들은 어쨌거나 사회주의 낙원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도 남과 북 사람들은 손을 다정하게 맞잡고 통일 노래를 부른다. 속셈은 각각 달리 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지금 ‘북한 붐’이 한창이다. 북한 어투의 방송 CF가 등장하는가 하면, 냉면과 온반 등 평양식 음식이 잘 팔린다. 비전향 장기수가 방송을 타는 등 특별 대접을 받고 있다. 적어도 우리의 체제내에선 이들의 본색은 간첩과 빨치산이다.
갑자기 김정일 위원장을 칭송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자칫 김위원장을 비판하면 반통일주의자로 몰릴 기세다. 우리 대통령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비판하면서, 북측 지도자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분위기라면 어딘가 이상하기는 하다.
아무 생각없이 통일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체면에 걸려든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북한 붐에 편승, 통일에 대한 감상주의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통일은 감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냐 사회주의 체제냐, 한쪽이 양보 하든지 아니면 타협을 해야 통일은 이뤄진다.
지금 남과 북, 어느쪽 사람도 상대의 체제를 받아 들이는 일을 아마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을 터다. 통일 자체가 급한 것은 아니다. 급한 것은 그 준비다. 궁극적으로는 돈도 준비해야 하고, 체제의 타협 준비도 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막연한 감상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 준비중 하나다. 이제부터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통일 노래를 부르도록 하자.
/이종구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0/08/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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