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금융불안과 경기하강이 겹치면서 실물경제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국제유가가 속등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고 생산 및 설비투자의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또 업종별 경기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5일 재계와 민간연구기관에 따르면 국내경기는 올해말과 내년초를 정점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분기만에 처음으로 2·4분기(9.6%)에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반도체와 정보통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불황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불황의 정도가 가장 심하다.
특히 지역별로는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경제가 피폐화해 가고 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역거점경제권이 흔들리고 있다. 지방 경제인들은 “다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간 분위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 구조조정을 앞두고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실물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본부 김석중 상무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는 오르는 반면 소비는 위축돼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의 10%대에서 하반기에는 6.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금융경색으로 인한 자금난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금융구조조정과 기업부실 정리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자 반도체의 경우 당분간 실물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구입 보조금 폐지로 휴대전화 분야가 고전하는 것을 빼면 다른 산업에 비해 호조다.
반도체는 PC의 수요급증 등으로 하반기에도 호황을 구가하고, 전자부문 역시 디지털·정보통신 기기의 수요증가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그러나 휴대폰 부품업계의 경우 휴대폰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인한 단말기 수요 급감으로 매출감소과 자금압박을 겪고 있다.
건설업은 고통의 연속이다. 골이 가장 깊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때 중소형건설업체들이 무더기로 쓰러지더니 지금은 대형건설업체마저 비실비실한 상태다.
IMF체제 이후 가라앉은 건설경기는 수도권 준농림지 폐지로 회복이 늦어지거나, 위축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올해 하반기 수주액이 1999년 하반기(29조2,772억원) 보다 불과 6.6% 늘어난 31조2,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공공부문은 하반기 발주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줄어들 전망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물량은 늘어나지 않았는데 업체수는 급증, 연쇄도산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섬유와 의류도 마찬가지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358개 섬유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하반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6으로 나타났다.
섬산연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전망이 전체적으로 불투명한데다 중국, 인도네시아등 경쟁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썰렁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는 경제성장률 둔화, 고유가 등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바닥을 기는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석유화학의 하반기 기상도도 흐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통부문 역시 성장률 둔화가 예측됐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