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539만주(총지분의 2.7%)를 사들인 ‘큰 손’과 기타 법인 매수자의 내역을 어디까지 추적해야 하나.”현대자동차 계열분리 승인여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민에 휩싸였다. 금융실명거래법상 계좌추적권이 없는 공정위로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계열분리 신청서와 보완서류에 담긴 기관투자자의 특수관계인 여부만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이해할 것 같지않자 공정위는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 등 관련기관에 협조요청을 해 둔 상태다.
현행법상 ‘금융거래 관리·감독기관의 고유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자료를 넘겨받을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정위가 의지만 있다면 금감원을 통해 매수주체와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증만 갖고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느냐”는 시비와 함께 조사과정에 선의의 개인들의 금융정보 노출이 불가피해 이에 따른 위법시비가 우려되는 것이 문제. 공정위가 “가능하고 적법한 방법을 관련기관과 협의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며 조심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개인고객의 조사범위를 어떻게 정할 지도 고민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거래규모 상위 일부만 조사할 경우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반면 너무 넓게 잡게되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현대차 정기주총에서 주주명부가 공개되기 때문에 사후 관리·감독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주명부를 조사해 특수관계인이 포함됐을 경우 계열분리를 취소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병일(金炳日) 공정위부위원장은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든 반드시 조사는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정책실장은 “시장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현대는 물론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공정위가 편하고 무리없는 길을 선택할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엄정한 조사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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