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십시오, 사탕 하나 드세요”노원마을∼창동역을 운행하는 2번 마을버스의 승객들은 버스를 탈 때마다 오렌지색 제복을 입은 운전기사에게 이런 인사말을 듣는다.
비록 300원짜리 꼬마 마을버스지만 시민들은 택시에서조차 경험하기 힘든 ‘왕대접’을 받는다. 승객 유지철(54)씨는 “처음에는 인사를 하면서 사탕을 건네는 기사들이 낯설기도 했었지만 이젠 오렌지버스, 사탕버스가 친숙한 이웃이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렌지버스가 등장한 것은 지난 6월. 10여년째 만성 적자노선이던 ㈜노원마을버스를 장인으로부터 인수한 정명구(鄭明求·26)사장은 ‘국가대표 마을버스’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서비스 개혁에 나섰다.
가장 먼저 감행한 것이 낡고 지저분한 마을버스 7대를 모두 최신형 버스로 교체한 것.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기사들에게는 오렌지색 제복을 지급하고 회사명도 아예 ㈜오렌지버스로 바꿨다. 오렌지처럼 상큼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기사들의 불친절과 난폭운행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다. 정사장은 결국 주민들의 신고를 바탕으로 친절서비스에 동참하지 않는 기사들은 과감하게 교체했고 옷을 벗은 기사들이 벌써 50명을 넘는다.
이런 와중에도 정사장은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기사들을 이해하려 했고 이에 기사들도 점차 정사장과 뜻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승객들에게 사탕을 주는 것도 이러한 자리에서 나온 한 운전기사의 아이디어를 다음날부터 시행한 것이다.
검정고시 출신으로 대학까지 나온 정사장은 “시민들 호응이 커지면서 적자폭이 크게 줄고 있어 조만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마을버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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