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IMF 관리체제에서 졸업했다. IMF는 23일 오는 12월3일이 만기인 대기성 차관협정에 따른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최종 점검 이사회를 마친 후 “더 이상 이사회 점검은 없다”고 밝혀 한국의 IMF체제 졸업을 공식 선언했다.‘경제 식민지’에서 2년 8개월여만에 해방된 것이다.IMF는 한국의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은 경기를 진작시키는 거시경제정책과 광범위한 구조개혁, 강력한 경제정책 시행 및 외환보유액의 증대에 따른 자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졌다며 한국 정부를 치하했다.
97년말 IMF로부터 긴급 자금지원을 받아야만 했을 당시 우리 경제 상황과 국민들이 느꼈던 절망감 등을 돌이켜보면 IMF의 이같은 언급은 과찬(過讚)이 아닐 수도 있다.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금붙이까지 자진해서 내놓은 결과 지난 2년반 사이 우리 경제는 세계가 놀랄 정도의 빠른 속도로 IMF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제성장률·물가·실업률·국제수지 등 밖으로 드러나는 지표는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기업·금융·노동·공공 등 4대 부문 개혁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IMF가 ‘졸업장’과 함께 내놓은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아직 IMF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음을 말해 준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들이 많은 것이다. IMF는 한국경제가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시키면서 현재의 고도성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플레 압력을 줄이면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응급환자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정상적으로 활동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단계를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경고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과 독일의 한데스블라트 등은 한국의 기업·금융 구조조정 미흡으로 한국경제가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면서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IMF체제로 진입하면서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것 중의 하나가 중산층의 몰락이었다. 그런데 이 부문은 마침내 현실화되었고, 마땅한 대책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상위 20% 소득계층과 하위 20% 소득계층의 격차는 외환위기 전인 97년 4.49배에서 98년 5.41배, 99년 5.49배, 올 1·4분기 5.56배로 확대됐다.
정부는 ‘생산적 복지제도 확대’를 내세우고 있으나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 중산층 부활이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 이러다가는 ‘80대 20’의 사회가 고착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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