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무소 재소자 집단처형(본보 1월 6·7일자 1면)과 제주도 예비검속자 집단처형(〃 1월 20일자 30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던 이도영(52·뉴욕거주)박사가 제주 4·3사건부터 한국전쟁까지 양민학살의 실상을 담은 책 ‘죽음의 예비검속’을 펴냈다.“50년의 한을 한 올씩 풀어내는 심정으로 펴냈다”는 이 책은 20년 고생의 결실이다.
여기에는 4·3사건에 관한 당시 미군정 정보보고와 1950년 8월 예비검속자 처형 관련 제주경찰서 문서 등 그동안 묻혀있던 귀중한 자료가 담겨있다.
이와 관련,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는 “이박사가 발굴한 문건은 예비검속이 산발적,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학살이 아니라 정부의 정식 명령체계를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난 그가 자료수집에 매달리게 된 것은 가족사적 비극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이현필씨는 4·3사건과 관련, 1950년 8월 한국 군경에 의해 제주도에서 학살됐다.
“어렸을 때 동네친구의 80%가 아버지가 없었어요.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물으면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가 죽었다’고 했다가 제가 철이 들 무렵에야 사실대로 말씀해 주셨죠.” 그러나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가 없었다.
또 연좌제가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대라 경북대 대학원까지 나왔으나 취직이 힘들어 1979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때부터 미국정부기관과 도서관의 자료를 뒤져 한국전 관련 자료들을 모았다.
이씨는 “한국군과 연합군에의한 학살만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학살은 인민군에 의해서만 저질러졌다는 생각이 박혀 있어 역사적 진실규명을 위해서도 이런 작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제주 탐라대에서 전임강사를 지내다 지금은 뉴욕과 제주시에 있는 플러스 생활복지연구소 연구위원으로 두 곳을 오가며 양민학살 규명에 전력하고 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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