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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속의 남북한 병사는...공동경비구역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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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속의 남북한 병사는...공동경비구역 JSA

입력
2000.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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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의 남한 병사와 북한 병사가 친해졌다. 북한 초소를 몰래 찾은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북한 오경필 중사(송강호)에게 초코파이를 건넨다.통째로 그것을 입에 집어넣는 오경필. 이때 이수혁이 말한다. “형, 남쪽으로 가자.” 순간 오경필이 초코파이를 뱉는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진다. 여기까지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오경필은 “내 소원이 무언지 알아, 북조선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공장을 만드는 거야” 하며 버리려던 것을 먹는다. 이로써 그들은 다시 영화의 세계로 돌아온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는 남북 분단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JSA 북한 초소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수사극 형태로 엮은 영화는 그 진상을 밝힘으로써 결국 무거운 ‘비극’ 의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은 가볍고 유머 넘치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수색 도중 지뢰를 밟은 이수혁 만난 오경필과 정우진 전사(신하균)의 반응과 행동, 그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이수혁이 형제처럼 대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평면경이 아니라 볼록거울로 비춰보는 우스꽝스런 방식은 상업적 계산인 동시에 무거운 주제에 접근하는 역설적 방식이다.

유머러스하고 엉뚱한 상상이 현실 이상의 아픔을 준다. 나중에 이수혁이 끌어들인 남성식 일병까지, 4명의 병사는 요절가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를 함께 들으며 술도 마시고, 사진도 찍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말하려는 것은 민족적 동질성이다. 적이란 개념을 잊을 때 남·북한 병사는 친구이자 형제라는 사실을 카메라는 원형으로 돌면서 그들의 얼굴을 한 동선에 담음으로써 증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동질성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어느 순간 집단 이데올로기 앞에서 여지없이 부서질 꿈이다. 이 영화는 분단의 가장 직접적인 공간에 들어갔으면서도 이야기 방식은‘쉬리’ 의 비장미와 ‘간첩 리철진’ 의 중간을 선택했다.

그점이 관습적 스타일과 상투적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상업성과 현실적 진실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원작은 박상연의 소설 ‘DMZ’.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속편같은 설정이기도 한다. 영화는 원작의 중립국 감시위원회 수사관을 여자인 소피 대령(이영애)으로 바꾸고 역할도 줄였다.

대중성을 의식한 것이지만, 그 때문에 분단비극의 역사성이란 한 기둥이 부실해지기도 했다. 오락성★★★★ 예술성★★★☆ (★ 5개 만점. ☆는 절반.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인터뷰/ 영화 'JSA' 박찬욱 감독

“가볍게 담으려 했다. 침울하기만 하면 우선 나부터 못 견딘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원작에 비해 ‘너무 상업적이다’는 지적에 대한 박찬욱(37) 감독의 해명이다. 원작에서 그에게 가장 난감했던 부분도 작품 전체를 짓누르는 우울한 정서였다. 그래서 중립국 감시위원회 조사관의 역할을 줄이고, 네 명의 병사가 벌이는 에피소드에 집중했다.

영화는 곳곳에 유머와 해프닝으로 ‘생각’보다는 ‘재미’를 내세웠다. 송강호를 캐스팅한 것부터가 그렇다. “웃음 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에게서 변화무쌍한 에너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따금 ‘분단 현실’을 일깨우는 총격전과 남과 북,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의 반복까지 그는 영화 리듬을 위해 철저히 긴장과 이완을 계산했다.

“영화가 시대 분위기와 너무나 맞아 떨어진다”는 말은 오히려 반갑지 않다. 운 좋은 무임승차란 얘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대분위기와 거꾸로 가고 싶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영화에 미친 영향이라면 ‘더 높아진 관심’정도이다.”

박찬욱은 감독 이전에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1994년)을 펴낸 평론가였다. 지난 97년 그는 글보다 한참 못한 영화‘삼인조’를 남겼다. 그것이 ‘약’이 됐나 보다.

*대규모 판문점오픈세트 짓고 영난대서 개성시가지 찍고

‘공동경비구역 JSA’ 는 ‘갈수 없는 곳, 찍을 수 없는 곳’ 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양수리 종합촬영소에 8,000편 규모의 판문점 오픈 세트를 지었고, 충남 아산에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세우고 ‘도끼 만행’으로 유명한 미루나무까지 심었다.

촬영 거부당한 중립국 감시위원회 소속 보니파스 캠프는 수원에 있는 서울대 농대 건물을 이용했다.

정말 북한 땅같은 착각이 드는 개성 시가지와 건물은 대구 영남대 캠퍼스로 대신했다.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인공기와 붉은 현수막을 본관에 내걸고 첫날 촬영을 마쳤다.

다음날, “주사파가 학교를 점령했다”“테러로 학교가 점령당했다”는 시민의 전화가 빗발 쳤다. 당황한 학교측이 촬영을 거부해 세트로 옮겼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대남방송이 중지돼 녹취가 불가능해지는 일도 생겼다. 할 수 없이 대남방송 원고를 썼던 한 탈북자 의 고증을 받아 KBS 성우가 녹음을 했다. 훈장을 받은 오경필에 열광하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도 남북 화해분위기를 감안해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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