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의 ‘사랑 밖엔 난 몰라’, 김수희의 ‘남행 열차’. 대부분 이 노래를 그저 ‘뽕짝’으로 알고 있지만 노래의 곡조를 곰곰 따져 보면 큰 차이가 있다.1986년 심수봉이 작곡한 이 노래는 엔카(演歌)의 선율적인 흐름에 트로트의 전통적 음계인 단음계를 사용했고, 여기에 4분의 4박자 슬로우록으로 연주됐다.
이 노래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현철의 ‘사랑은 나비인가봐’의 경우처럼 서양 리듬을 차용, 퓨전의 양상이 나타나고는 있으나 전체적 진행은 흔히 알고 있는 ‘트로트’ 느낌이 강한 곡이다.
반면 1987년 김진룡이 작곡한 ‘남행열차’는 장음계에 기존 트로트의 음보다 높은 음을 유지, 디스코 리듬을 차용했다.
재즈의 가벼운 스윙 리듬을 차용한 주현미의 ‘짝사랑’과 마찬가지로 이 두 노래는 전통 트로트의 곡 진행까지 과감히 변화한 곡이다.
‘사랑…’이 다소 변화한 일본식 트로트를 대표한다면, ‘남행열차’는 서양식으로 현대화한 트로트의 변종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전통가요, 즉 트로트를 면밀히 분석한 논문 ‘한국 가요의 원류와 변천에 관한 연구’는 ‘영암 아리랑’ ‘잘했군 잘했어’ 등으로 유명한 가수 하춘화(45)씨의 석사학위 논문이다.
25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하씨는 ‘신민요와 트로트 가요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이 논문에서 구한말 불렸던 신민요와 일제시대 유입된 트로트의 변천을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논문이 전통 가요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하씨는 방송통신대를 마치고 1998년 동국대 대학원에 입학한 후 자신의 전공인 트로트 가요의 이론적인 탐구에 돌입했다.
특히 1927-1944년 엔카의 수용기, 1945-1968년 일본 트로트 정착기, 1969-1986년 트로트 변화기, 1987년 이후 현대적 전환기 등으로 시기를 구분,노래를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가요의 변천을 짚고 있어 트로트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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