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전향 장기수 북송문제 처리에 관한 입장을 전달해옴에 따라 일부 대목을 제외한 대부분 쟁점에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석연치 않은 ‘비밀주의’태도가 여론으로부터 호된 지적을 받고 있다.북한은 23일 장재언(張在彦)적십자회 위원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우리(북측)는 북송 희망 비전향장기수들과 그 가족들도 앞으로 다 송환돼야 한다고 인정한다”며 “우선 귀측(남측)이 알려온 비전향 장기수 63명 모두를 받기로 했다는 점을 통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환경로와 관련해서는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직항로로 하되 우리측 비행기가 9월 2일 오전 20여명의 안내 및 의료진을 태우고 김포비행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 하면 남측이 18일과 22일에 통보한 북송희망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모두 수용 한다는 것이다. 북측은 또 일부 장기수들이 가족동반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감안, 가족동반을 ‘원론적’ 차원에서 요구했을 뿐 일부 전향장기수들의 북송요구와 관련해서는 언급 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남측 당국자는“북측이 가족동반 북송등을 당면과제로 요구하지 않은 점이 중요하다”며 “가족동반 북송요구는 ‘짚고 넘어가겠다’는 수준”이라고 풀이했다.
이에따라 남측은 북송대상 장기수가 63명으로 확정된 것으로 간주, 향후 송환절차 협의에 주력할 방침이다. 1993년 이인모 노인 북송 당시 송환절차를 준용키로 한 남측은 판문점을 통한 북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6·15 공동선언후 남북접촉 지점으로 판문점을 꺼려온 북측의 태도를 수정시키려는 전술도 깔려있다고 봐야한다.
한편 정부는 북측의 전화통지문을 전달받으면서 가족동반 요구사실을 은폐했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홍양호(洪良浩) 통일부 인도지원국장은 23일 전화통지문 전문을 공개하지 않은 채 “북측이 가족동반및 일부 전향장기수 북송에 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4일 남측 발표내용을 십분 감안 하면서도 전화통지문을 공개,“장위원장은 (전향서를 썼으나 북송을 희망는) 정순덕, 정순택을 비롯한 비전향 장기수들과 그 가족들이 무조건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3일 전화통지문을 보냈다”며 전향장기수들의 북송을 추가로 요구했다.
결국 당국은 양측 정상간 합의사항인 이 문제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어물쩍 넘어가려다 망신을 당한 꼴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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