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시작에서 중단까지새만금 간척사업은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결정된 졸속 작품이었다. 정치권에서 먼저 새만금 사업안이 돌출하자 관련 정부부처가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새만금 사업 구상이 구체화한 것은 5공 시절인 1986년.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호남 지역을 푸대접한다”는 지역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당시 정부와 여당은 전북 지역에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전북 출신인 황인성(黃寅性) 농림수산부 장관은 87년 5월12일 새만금 사업의 모태인‘서해안 간척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민정당이 노태우(盧泰愚) 대표를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의 후계자로 확정하고 사실상의 선거운동에 돌입한 시기였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며 강력 반대했다.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농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노태우 후보는 87년 12월10일 전주 유세에서 “서해안 지도를 바꿀 새만금 방조제 축조사업을 임기내에 완성해 전북 발전의 새 기원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91년 11월 새만금 사업이 착공됐다. 그러나 간척지 용도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북도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농림수산부는 농지 확보를, 전북도는 공장용지와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복합단지’개발을 주장했다.
이 와중에 96년 시화호 오염사건이 발생하자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사업의 환경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공방은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감사원은 98년 새만금 사업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섰다.
결국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가 지난해 1월 새만금 사업의 환경문제 등을 진단하기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했고, 지난해 5월부터 조사단이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새만금에 생명력을 불어넣자
새만금은 살릴 수 있다. 새만금 간척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조사해 온 민·관공동조사단이 1년2개월에 걸친 활동에도 불구,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얼마든지 갯벌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새만금에 이미 설치된 방조제를 활용하는 환경친화형 개발계획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미 투입된 자금이 아까워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새만금을 선진국처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즉 축산분뇨 배출량 95-100% 삭감 등 환경부의 새만금호 수질개선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방조제는 59%의 공정도를 보이고 있으나 농지조성을 위한 내부개발공사가 착공도 되지 않은 만큼 현 시점에서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갯벌생태공원 조성 환경운동연합은 기존 방조제를 활용하는 갯벌 생태공원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시 비응도에 이르는 방조제 33㎞가운데 일부를 다리로 연결,‘갯벌 자연학습장’과 ‘해초숲’을 조성하고 군산쪽 4공구에는‘인공 갯벌 실험장’을 만든다는 안이다. 또 바다쪽으로는 해수욕장과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육지쪽에는 수상 레포츠용 접안·계류시설을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전남대 전승수(全承洙·지질학) 교수는 “방조제 보강공사를 끝내고 퇴적물 유입을 막는 1공구의 방조제 일부 구간을 개방하면 사라진 갯벌과 모래사장이 복원될 수 있으며, 이후 다양한 친환경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풍력·조류발전소 건설 민·관 공동조사단에 참여한 일부 위원들은 간척사업을 중단할 경우 새만금 지역 활용방안으로 풍력발전단지와 조류발전소 건립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만금 일대에는 초속 5m이상 바람이 불고 있어 방조제에 50여개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상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북도가 에너지기술연구소에 의뢰한 용역조사 결과에서도 풍력발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는 조류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30만㎾ 용량의 발전이 가능해 방조제를 허물지 않고도 에너지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방조제 유실 방지대책 환경단체들은 현 시점에서 공사를 중단할 경우 이미 축조된 방조제가 유실돼 인근 해역에 엄청난 환경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농업기반공사측 주장은 기우라고 보고있다.
방조제에 돌을 덧씌우는 피복석 공사 등 최신 기술과 공법으로 얼마든지 방조제 구조물 유실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공중인 방조제도 끝부분만 보강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김제남(金霽南) 사무처장은 “간척사업으로 농지확보 및 지역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발상은 바뀌어야 한다”며 “매립 대신 생태공원이나 관광단지를 조성,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갯벌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기반공사 입장 방조제 공사에 이미 1조251억원이 투입된 공사가 59%의 공정을 보이고 있고, 이중 96%가 보상비로 집행된 만큼 공사를 중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가 제시하는 대안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않은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새만금사업단 정한수(鄭漢洙) 공무부장은 “새만금 사업은 70년대 세계 식량위기를 계기로 식량안보 차원에서 추진됐다”며 “그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잠자코 있던 환경단체들이 뒤늦게 공사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공사측은 새만금 담수호 수질개선을 위해 9,7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인공습지 설치 및 친환경적인 농법 사용 등으로 얼마든지 환경보전과 개발의 조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본보·환경운동연합 공동 특별취재팀
사회부 이은호기자leeeunho@hk.co.kr
정정화기자jeong2@hk.co.kr
사진부 이종철기자belle@hk.co.kr
원유헌기자younoney@hk.co.kr
환경운동연합 갯벌팀 장지영팀장jangjy@kfem.or.kr
김경원간사kimkw@kfem.or.kr
*새만금 사업, 민·관조사단 의견조율 '삐걱'
새만금 간척사업 민·관 공동조사단조차 사업시행 여부에 대한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정부도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관 공동조사단(단장 이상은·李相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수질보전, 환경, 경제성 등 3개 분과로 나눠 당초 1년 예정으로 올 4월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 제출 시기를 두차례나 연기한 끝에 지난 18일에야 겨우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가 추천한 민간위원들이 “공사강행을 위해 보고서 작성과정에 조사단장과 분과위원장이 개입, 간척사업으로 인한 편익은 과대 평가하고 수질개선과 환경파괴에 따른 비용은 과소 평가하는 등 조사활동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빚어졌다.
수질보전 분과위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위원은 “정부는 새만금호 수질이 농업용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조사결과를 왜곡하고 있다”며 “학자적 양심을 걸고 새만금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분과위의 한 위원은 “분과위 토의내용을 분과위원장이 임의로 누락시키고 수정키로 합의한 부분도 고치지 않고 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상은 단장은 “조사단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에 매우 민감하고, 조사방법론 등에 따라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사업 여부는 정책 결정자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며 보고서 작성과정이 난산이었음을 시인했다.
새만금사업은 민·관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질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공사 강행’과 ‘보완 또는 중단’의견이 갈려있어 결론은 쉽게 내려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새만금 사업 문제를 대통령직속으로 9월 발족하는 지속가능개발위원회에서 결정하거나 제3의 기관에 재평가를 의뢰할 수도 있다”고 밝혀 최종결론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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