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실태점검’결과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그동안 워크아웃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상은 그것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도덕적 해이 정도가 아니라 불법적 행위 수준에 이르고 있다. 회사 자금은 자기 돈이고,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잘 산다는 속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행태는 도덕적 해이가 극치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미주그룹회장인 현역 국회의원은 자신의 부동산을 회사에 팔아 증자대금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회사 돈을 마음대로 유용하거나 위장 계열사까지 두는 기업주도 많다.
채무재조정 18개사 중 기업주가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곳은 8개에 그쳐 10개사의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에도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들이 ‘황제’처럼 전권을 행사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사재 출연에는 눈을 감고, 경영권 확보나 제 몫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었다. 워크아웃 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악용했던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에 대한 직접 조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 서면조사를 중심으로 한 것이 이 정도이니 실상이 어느 정도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워크아웃 제도는 IMF체제 진입 이후 도산 기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그래도 가능성있는 기업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98년 6월에 도입됐으며,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특혜가 주어졌다.
정부가 그동안 76개 워크아웃 기업에 쏟아부은 돈은 100조원 가량이 되지만 다시 살아나리라고 판단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과 국민의 부담만 늘린 결과가 됐다.
여기에는 물론, 해당 기업들이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정부 및 채권 금융기관, 회계법인 등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감시·감독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오히려 워크아웃 기업의 부실을 더욱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처리방침은 11월말까지 확정되고, 워크아웃 제도는 12월부터 사전조정제 및 사적 화의방식으로 전환된다.
아무리 제도가 바뀐다 해도 기업주와 채권단, 정부의 노력이 없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 회생의 좋은 방안이라고 도입한 워크아웃 제도가 왜 실패로 끝났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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