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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으로 진화하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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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으로 진화하는 역사

입력
200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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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발견의 시대/ 대니얼 부어스틴 지음, 정영목 옮김, 문예출판사 발행역사는 시각을 달리함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우리의 역사를 다룬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에 관해서도 많은 상이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자신이 발딛고 있는 환경과 풍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 식으로 세상 바라보기’는 세계적 학자 대니얼 부어스틴(86)의 저서다.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와 미국 의회도서관장을 역임한 학자이자, 할아버지 대에 미국으로 이주해 온 유대인 집안의 자손인 그는 상식을 뛰어넘는 시각으로 현대 인류와 미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곱씹을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인 것이 흠이다.

그가 제시한 역사 바라보기 방법이 ‘부정적 발견’ 이다. ‘무엇이 있다’라는 식의 발견이 아니라, ‘무엇이 없다, 무엇이 아니다’ 라는 부정적 발견이야말로 우리 인류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두 명의 항해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와 제임스 쿡(1728-79)이 저자가 꼽은 대표적인 ‘부정적 발견가들’ 이다.

콜럼버스는 구 세계 반대편에 있는 새로운 세계가 자신들과 전혀 공통점이 ‘없음’ 을 발견했고, 제임스 쿡은 인도양을 가로막고 있다는 전설의 땅 ‘대남대륙’ 이 ‘존재하지 않는다’ 는 것을 증명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부정적 발견가’ 대열에 포함된다.

‘부정적 발견’ 의 개념은 이 책에서 가장 독창적이라 할 ‘네번째 왕국’ 으로 확장·승화한다.

대략 200년 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이 ‘네번째 왕국’ 은 바로 ‘기계의 왕국’ 이며, 이 왕국은 기존의 동물과 식물, 광물의 왕국을 모조리 ‘부정한다’ 는 명쾌한 논리다.

자연의 법칙과 적자생존의 원리에 지배받지 않으며, 새로운 기계는 결코 낡은 기계를 멸종시키지 않는다는 기계의 왕국. 저자는 심지어 사라지는 것은 기계 자체가 아니라 상표뿐이며, 토머스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은 우리를 오도할 뿐이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새롭게 들춰지는 ‘역사 새로 보기’ 와 그 미덕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미국 보수주의자의 합리론 내지 거들먹거림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저자는 백악관을 바라보며 “온갖 연령의 미국인들이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자, 대통령과 그 정적들이 예의를 가지고 만나는 장소”라고 정의한다.

또한 워싱턴은 미국 최고의 농아학교인 갤로딧대학, 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한 루스의 집 등 동정심에 기초한 방대한 시설들을 가진 곳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자신들의 폐부를 파헤치는 미국 언론의 부정적인 태도야말로 미국이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증거이며, 독선은 모든 인류와 국가의 적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구 세계 국가는 로물루스나 잔 다르크 같은 안개에 감싸인 전설적인 영웅들을 가졌으나, 미국은 벤저민 프랭클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같은 생생하고 뚜렷한 인간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1994년 미국에서 발간된 이 책(원제 Cleopatra's Nose)을 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가?

두 차례 세계대전과 유례없는 대학살이 휩쓸고 간 지난 세기를 보며 우리가 되새겨야 하는 것은 순수했던 미국 건국이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인지도 모른다.

또한 미국 최고의 엘리트인 보수주의 석학의 낙관주의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답은 역시 독자의 몫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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