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감히 짹짹' 쓴 최윤희‘당신이 대통령이셨을 때 우리 국민들 반쯤 죽었습니다.
직장에서 쫓겨난 서민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기도 했고 집안에서 목을 매 죽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제는 그만 입 좀 다무십시오. 쳐다보는 국민 속 터집니다.’
스스로를 ‘참새’로 생각하는 주부가 과감하게 ‘봉황’에게 항의와 분노의 편지를 썼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인 최윤희(54)씨가 이 시대 ‘봉황’ 27명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모아 ‘어디서 감히 짹짹’(여성신문사 발행)을 냈다.
현직 대통령부터 전직 대통령과 재벌 ‘왕회장’, ‘팔베개 사건’의 장본인인 시민운동가까지 그가 ‘짹짹거리고’ 싶은 봉황들은 많기도 많다.
‘선생님은 조국을 위해 투신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은혜갚기에 상당히 연연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리 고향 원주민 언어로 부탁 하나 하겠습니다. 임기 끝나면 카터 대통령맹키로 나라 위해 일꾼 노릇 한번 멋지게 해버리쑈, 잉?’(‘대통령 DJ’ 중에서)
‘H선교원 기도회에 참석해 두 눈 감고 드리는 기도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더 비싼 호피 코트 사게 해달라고? 내 거짓말에 국민들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 달라고? 내 남편 영원히 권력의 핵심에서 내려오지 말라고?’(‘옷로비 사건의 주인공 연정희’ 중에서)
금강기획 카피라이터와 현대방송 부국장을 지낸 그가 내뱉는 욕 아닌 욕은 후련하면서도 수위가 조마조마하다.
국회의원에 출마한 황수관 박사에게는 “오메오메, 어쩌다가 발을 헛디뎠으까”, 포르노그래피의 주인공 서갑숙씨에게는 “죄다 까발려놓고 나니 남는 게 있습디까?”라고 ‘매질’을 한다. 1남 1녀를 둔 주부에게 이 일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겁이 났어요. 하지만 제 나이 벌써 54세입니다. 뭐가 아깝겠습니까? 잡아가려면 잡아가라지, 하는 심정으로 썼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세금 꼬박꼬박 자진납부했고 법 한 톨도 어긴 적이 없으니 이렇게 ‘짹짹거릴’ 자격이 충분하지 않나요?”
그에게도 칭찬하고 박수쳐 주고 싶은 봉황들이 있다. ‘은박지처럼 얇은 육체에 숲처럼 우거진 정신’을 가졌다고 우러른 22세의 환경운동가 대니 서가 대표적인 경우다. “주부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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