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프리카기행](5) 케냐 나이로비의 키텐젤라마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프리카기행](5) 케냐 나이로비의 키텐젤라마을

입력
2000.08.23 00:00
0 0

*아프리카가 불행하다고? 그건 편견일뿐탄자니아에서 40일 정도의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케냐의 나이로비에 왔다. 차로 국경을 넘었는데 오는 길은 놀랍게도 깨끗이 포장이 돼 있었다.

지난 해 이 도로의 사정은 최악이었다. 나이로비는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깨끗해졌고, 지난 해 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본드를 흡입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없어졌다.

그 변화를 지켜보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오랜 인식을 떠올렸다.

에이즈와 기근, 부패와 전쟁….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눈에 비쳐지는 아프리카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더욱 강조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아프리카의 불행을 대표하는 단어들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나라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아프리카이기에 그 불행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인식될 뿐이다.

아프리카는 억울하다.

나는 아프리카가 좋다. 문명과 떨어져 있어 한 장의 종이조차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 곳이 좋다.

나의 아버지가 그의 청춘 30년을 바친 곳. 나의 어머니가 아버지 곁에서 묵묵히 같은 세월을 지냈던 곳. 그래서 아프리카는 나에게 참 소중하다.

마사이의 땅 아프리카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는 외로움의 대지. 그런 곳에서 덤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싫어할 수 없다.

나이로비 시내에서 국립공원을 지나 한 시간 가량 비포장을 달리면 키텐젤라라는 마을이 나온다. 아프리카에도 이런 곳이 있을 수 있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마을이다.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이상하게 생긴 집들을 여기저기 지어놓았다. 하나의 커다란 조형물 같은 마을에서는 70여 명의 사람들이 동물들과 함께 산다.

정원의 나무 밑에 돼지가 누워 잠을 자고 있고, 거위들이 말과 강아지와 함께 마을을 뛰어다닌다. 공예품 공장이 있는데 유리 목걸이, 팔찌와 교회에 걸어놓을 벽화, 철로 만든 코끼리를 만든다.

이 곳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수영장이다. 마을 계곡에 있는 이 수영장은 수영장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예술품이다.

갖가지 타일은 물론 멋스런 조형물로 온통 치장을 하고 맑은 물을 받아 놓았다. 파란 물빛과 어우러진 풀장의 모습은 신비롭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나니(Nani Croze)가 환한 웃음으로 달려나온다. 60세가 넘은 나니는 흰머리를 흩날리는 독일인이다.

몇년의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려 했는데 그 사이 아이들이 태어나 차가 비좁아 그냥 아프리카에 남기로 했다.

아무 것도 없이, 아무 것도 없는 이 곳에서 30년을 살면서 아들 안셀름(Anselm Croze)과 함께 키텐젤라를 만들었다.

흙의 순수함과 자연의 순리에 수긍하는 삶을 살면서.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훈훈하다. 내가 이렇게 물었다.

"백인으로서 아프리카에서 산다는게 어떻냐"고 나니는 깜짝 놀란듯이 나를 보면서 되묻는다. "여기 어디에 백인이 있냐"고 그리고 그는 활짝 웃었다.

사진작가 김중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