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립교향악단이 22일 KBS교향악단 합동공연을 끝으로 네 차례의 서울 공연을 모두 마쳤다.조선국립교향악단은 북한 음악의 현주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남쪽에 많은 숙제와 반성할 점을 남겼다.
먼저 북한이 창작음악에 새로운 눈을 크게 뜨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음악은 천편일률로 이념적이고 선동적일 것이란 짐작과 달리, 민족적 선율과 노래를 예술적으로 승화한 좋은 작품을 선보였다.
북한 노래 ‘동해의 달밤’은 밤바다의 잔물결 같은 부드러운 선율로 시작해 전통 장단의 흥겨운 뱃노래로 이어지는 구성의 짜임새가 인상적인 예술성 높은 곡이었다.
특히 ‘아리랑’(최성환 작곡)이나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김영규 작곡) 같은 작품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걸작으로 꼽을 수 있다.
누구나 아는 쉽고 소박한 선율을 변주하거나 환상곡 풍으로 전개시키는 관현악법은 놀라운 것이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되 동시에 예술적 품격을 갖추려고 반세기 이상 꾸준히 노력해온 결실일 것이다.
음악학자 노동은(중앙대 교수)은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민족적 선율을 갖고도 얼마든지 예술적 승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남쪽의 창작음악은 너무 전문적인 기법 위주로 흘러 청중과 멀어진 경향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작곡가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작곡가들은 민요나 가곡으로 작곡하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쓰고 싶어 하므로, 그런 실용적인 작품이 나오려면 따로 작곡 위촉이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 성악가들의 정확한 우리말 발성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일반적인 벨칸토 창법을 사용하면서도 우리말 발음이 아주 또렷했다.
거기 비해 남쪽 성악가들의 발성은 조수미의 ‘선구자’에서 드러났듯 ‘이상하게’ 들릴 때가 많다. 우리 가곡을 우리말 특성을 살려 노래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개량한 저대(대금), 새납(태평소), 단소 등 민족 관악기를 사용하는 북한식 ‘배합관현악’ 또한 학자나 연주자들이 연구해야 할 과제다.
‘아리랑’의 저대나 단소,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의 새납 소리는 독주나 앙상블 어느 쪽으로도 북측의 악기 개량이 성공적으로 완수됐음을 보여줬다.
민족 관악기가 적재적소에 쓰여 양악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조선국립교향악단만의 독특한 민족적 색채를 드러냈다.
남쪽 오케스트라가 국악기를 쓰면 대개 시끄러운 음악이 되어버리곤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이들 민족 관악기를 구색이 아니라 정규 편성으로 집어넣고 있다.
북한의 국악기 개량 성과를 남쪽이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만 하다.
노동은 교수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북한 바로 알기 차원에서 교과 과정에 북한 음악을 소개하는 통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쓰일 제 7차 교과과정 개편에 따른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남북 정상의 만남 사진을 사회 교과서에 실었을 뿐 북한 음악에 대한 이해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월북작곡가의 좋은 작품들도 포함시켜 통일 시대에 대비할 것을 제안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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