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연합사령부의 ‘을지 포커스 렌즈’ 군사연습에 항의하는 미묘한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21일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렸다.김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을지연습은 평화를 위한 것이고 평화를 위해서는 튼튼한 안보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모처럼 진행되고 있는 남북간 화해협력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일정한 선을 그었다.
을지연습이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군사훈련이 아니고 국가방위 역량점검, 재난대비 능력의 향상에 중점을 두는 방어적 훈련이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을지연습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무척 신경쓰는 분위기다. 대규모 전투훈련을 하지 않고, 북한체제를 비방하거나 을지연습을 홍보하는 활동도 중지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는 19일“을지훈련을 계속 할 경우, 6·15 공동선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북남 사이의 접촉과 대화, 내왕과 협력이 정체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논평을 삼가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국자들은 “북측이 판을 깨자는 게 아니라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사전에 북한에 을지연습을 실시한다고 통보했다”면서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을지연습이 공격훈련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제한적 을지연습 실시-북한의 항의-우리 정부의 무대응’이 남북간에 암묵적으로 합의됐거나, 이심전심으로 양해됐을수도 있다는 확대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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