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영역 파괴’현상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인터넷보험의 등장과 함께 각자의 영역이 뚜렷이 분리됐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고, ‘방카슈랑스’로 대표되는 금융업종간 제휴는 보험이라는 업종 자체의 울타리마저 제거해버렸다.
이같은 영역파괴는 보험시장을 무한대로 팽창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 생명보험-손해보험 구분 사라진다
보험업법상 생명보험은 사람, 손해보험은 재물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제 암보험은 생보사, 자동차보험은 손보사라는 구분법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대한생명의 ‘늘안심교통 상해보험’ 등 생보사의 운전자보험이 각광을 받고 있고, 손보사들은 잇따라 질병보험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교보생명이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을 출시했다가 ‘차차차’라는 상표권을 두고 LG화재와 소송을 벌였던 것도 두 영역간의 치열한 신경전을 대변한다.
이같이 생-손보간 영역이 파괴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1998년 금융당국이 이른바 ‘제3분야’로 불리는 상해, 질병 등 공동판매 영역을 허용했기 때문. 서로 자신의 고유영역 중 한 쪽씩을 떼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생보=유배당, 손보=무배당’이라는 공식도 파괴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3월 손보사의 배당상품 판매를 허용한데다 4월부터는 생보사 무배당 상품 개발제한도 없어졌다. 빅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멤버쉽 보장보험’, 대한생명의 ‘OK 밀레니엄 보장보험’, LG화재의 ‘가가호호보험’, 삼성화재의 ‘프라임 내사랑자녀보험’ 등은 두 영역의 벽을 넘나드는 상품이다.
■ 금융업종간 벽이 허물어진다
‘은행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사에서 주식거래를 하고….’ 이른바 ‘방카슈랑스’시대의 도래는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업종간 벽까지 허물어버리고 있다.
각 보험사들은 은행과 손잡고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를 실시하고 있고, 특정 예·적금 상품 가입시 무료로 보험에 가입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조흥은행과 주택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신한생명은 동일 계열인 신한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이밖에 흥국생명은 조흥은행, ING생명은 주택은행을 파트너로 골랐다.
아직까지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판매 실적은 미미한 상황.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성공을 호언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단순한 제휴밖에는 허용되지 않지만 금융당국이 보험과 예금이 결합된 복합상품 개발을 허용할 경우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 등 다른 업종과의 결합까지 이뤄질 경우 보험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은행 창구에 개설한 보험데스크의 판매 실적은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라며 “하지만 고객들이 ‘원스톱’으로 금융상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높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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