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향이 이렇게 변했대.’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끝난 뒤 ‘긴급 향우회’바람이 한창이다. 북한에서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실향민들마다 목빠지게 고향소식을 기다려온 친구들을 모아 ‘보고회’를 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평소 크고 작은 실향민 모임이 자주 열리는 시내 북한음식점에도 요즘 부쩍 예약이 밀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 근처의 모란각 관계자는 “지난 주말 벌써 두건의 모임이 있었고 앞으로도 비슷한 모임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함남 홍원 출신 이재걸(75)씨는 20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동향출신 20여명을 ‘소집’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만나는 면민회원들이지만 워낙 고향소식에 애타있어 급한대로 날짜를 잡은 것.
이씨는 “고향사람들이 전쟁직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상세한 소식은 전해줄 수 없었다”며 “옛날 그대로 남아있다는 마을 길이나 최근 인근 신포지역에 건설중이라는 경수로 얘기 정도를 전해주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말했다.
황해 연백 출신 이재경(79)씨도 29일 고향 퇴직교사 모임인 ‘연우회’를 갖기로 했다. “친지와 고향이웃들 상당수가 그대로 고향 오봉산마을에 살고 있었다”는 이씨는 “딸에게 받아온 집안 가계도와 편지라도 복사해 회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21일 실향민 친구 2명의 방문을 받은 이원훈(69)씨도 평양에서 찍어온 사진을 함께 보며 선물 준비, 제한된 시간 활용 등 ‘방북선배’로서의 노하우를 귀띔해 주기도 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