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붕괴후 10여년째를 맞고 있는 동구권 국가의 언론통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 국가는 짧은 기간동안 정치적, 경제적 개혁을 성공적으로 진전시킴으로써 국제 언론감시기구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최근들어 정부와 정치권의 법제정을 통한 공공연한 언론압박이 강화하고 있다고 폴란드 바르샤바 비지니스 저널의 로지앤 게린기자가 퀼지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동구권 국가에서 언론독립의 가장 큰 위협은 중상모략 명예훼손 소송 등 보도분쟁에서 언론이 패소할 경우 터무니없이 비싼 벌금형이나 출판물 발행금지, 구속 등 중벌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는 법률조항. 체코 헝가리 폴란드 정부관료들은 모호하게 표현된 이들 조항을 최대한 이용해 비판적 기사를 쓴 언론인을 압박하고 있다.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 대통령은 1997년 한 일간지가 94년 러시아 KGB요원과 접촉했다는 내용의 기사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중상비방 혐의로 그 신문사를 고소했다.
공산당원 출신인 크바스니에프스키 대통령은 신문사에 사과와 함께 250만 줄로티(61만1,000달러)의 엄청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공인의 활동에 대해 마땅히 알아야 하는 시민의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익차원에서 보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와함께 체코의 경우 특정 보도가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 해도 그 보도에 의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개인이나 정치인의 반론을 언론이 의무적으로 게재하도록 하고 있고, 폴란드는 정부관료와 기구에 대한 비방이나 모욕에 대해 벌금이나 1년에서 2년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보도분쟁시 언론에 무죄증명의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의 공통점.
정부자료의 제한적 공개 또한 언론자유를 위해 제거돼야 할 벽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구권 국가들은 대부분 정부자료 공개를 보장하는 일반적 조항을 갖고 있으나, 구체적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는 방법으로 언론의 자료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우여곡절끝에 올 1월 정보자유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체코는 비협조적인 관료가 정보제공을 거절할 경우 기자의 대응수단을 명시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 또 폴란드는 연방과 지방정부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가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발표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 규정이 없고, 슬로바키아는 헌법상 보장된 정보자유에도 불구, 정부자료 이용을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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