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이 모든 정치적 이슈를 삼켜버리는 ‘눈물정국’이 펼쳐지는 동안 숨죽여오던 한나라당이 ‘눈물정국’이 끝나자마자 강도높은 대여공세에 나섰다.공세의 포문을 연 사람은 이회창 총재. 이총재는 21일 총재단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문제와 의료대란, 선거사범 편파수사 등 정국현안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여권을 향해 바짝 날을 세웠다.
이총재는 우선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은 물론 서신교환과 면회소 설치가 필요하다”면서도 “더불어 납북자와 국군포로들도 당장 송환하기 어렵다면, 상봉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에만 매달려 국내 문제에는 소홀한 느낌”이라고 꼬집은 뒤 의료대란을 거론하며 “밀어 붙이기식 해결책만 고집하다가는 의료체제 전면 붕괴라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총재는 특히 “상봉정국을 틈타 검찰이 우리 당 의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것은 현 정권의 야당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이용해 임기후반기 국정운영을 무리하게 하려고 하면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총재의 강경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한구 제2 정조위원장도 이날 정부의 경제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한국경제의 현주소와 문제해결 방향’이란 자료를 발표했다.
이위원장은 자료에서 “외부여건 때문에 호전되던 실물 경제 지표가 다시 악화하는 부실개혁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며, 구조 조정도 무늬만 구조 조정이었을 뿐 경제력 제고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위원장은 특히 현대 그룹의 부실화와 정경유착 의혹에 대한 실태 파악을 위해 9월 정기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대여 강공 카드를 뽑아든 것은 장관급회담, 비전향 장기수 송환, 경의선 철도복구 및 2차 상봉 등으로 이어질 ‘신북풍(北風)’ 속에서 야당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남북관계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분간 대여공세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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