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로 구리를 만든다”며 투자자 1,000여명으로부터 무려 26억여원을 편취한 자칭 ‘현대판 연금술사’가 결국 법망에 걸려 쇠고랑을 찼다.21일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에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다단계금융회사 N사의 대표 류모(34)씨의 수법은 “도저히 믿지않을 수 없었다”는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말처럼 치밀했다.
‘우선 얇은 함석판을 물에 넣고 섭씨 90℃까지 끓인뒤 ‘비방(秘方)’을 담은 특수시약을 물에다 푼다. 하얗던 함석판이 녹슨 것처럼 시뻘게지면 이게 바로 구리가루. 이를 긁어낸 다음 둥근 형태로 가공하면 상품으로 손색이 없는 구리덩어리가 만들어진다.’
류씨는 도무지 반신반의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붙잡기위해 화학박사 학위를 가진 대학강사 4명을 100만원씩에 매수해 구리변환과정을 입증하는 인증서를 작성, 인터넷을 통해 홍보했다. 여기다 동남아에서 조만간 가동된다는 공장설비를 선전하며 “연간 2,5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니 투자시 월15%의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피해자 대다수는 주부들로, 아파트 매매자금 8,000만원을 몽땅 쏟아부은 경우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다단계금융회사들이 단속을 피하려 제조업체로 위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쇠로 구리를 만든다는 것은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하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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