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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와 함께 보내주오"

입력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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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예정 장기수 신인영씨“네 아들이 있는 고향에 나도 가고 싶소.” “구순 노모를 처자식이 있는 북으로 모셔갈 수만 있다면….”

내달 2일로 예정된 비전향장기수 북 송환에서 제외된 ‘전향수’들과 남쪽의 노모를 차마 두고 갈 수 없는 비전향장기수가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북측에 통보한 송환 희망 비전향장기수 62명 명단에서 제외된 전향수는 정순택(鄭舜澤·79·충북 음성군 금왕면) 정순덕(鄭順德·67·여·서울 관악구 봉천6동)씨 2명.

1958년 남파됐다 체포돼 31년5개월 동안 복역한 정순택씨는 18일 아침 명단에서 빠진 사실을 알고는 “서울로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마저 없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 권오헌(權五憲·63) 대표는 “정씨는 통일부를 다섯차례나 방문, 송환을 청원해왔다”며 “지난 11일에는 큰아들 태두씨가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이 ‘평양방송’에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씨의 안타까움도 마찬가지. 63년 덕유산에서 체포돼 21년10개월을 복역한 정씨는 체포 당시 총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고 최근에는 뇌출혈로 왼쪽 반신이 마비됐다.

병상의 정씨는 “17살 때 결혼해 함께 유격대 활동을 한 남편(성석조)이 혹 북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며 “이번엔 꼭 갈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작 북송자 명단에 포함된 신인영(辛仁永·72·서울 관악구 봉천7동)씨는 남쪽의 노모 고봉희(93)씨를 모셔가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 신씨는 “연로한 어머니와 생이별해야 할 일이 너무 안타깝다”며 “장남인 내가 어머니를 모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신씨는 67년 체포돼 31년을 복역한 뒤 98년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났었다.

송환추진위원회 윤원석(尹湲晳·35) 사무국장은 “85, 89년 두 정씨의 전향서 제출은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유연하게 이들의 송환을 결정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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