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뉴스 '우직한 서비스맨'우직함과 세련됨, 공존하기 힘든 두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약속에 맞춰 정확하게 들어온다.
말끔한 와이셔츠와 노란색 넥타이에서 풍겨나는 단정함. 하지만 그 단정함 사이에서는 곧 털털함이 삐져 나온다.
MBC 주말뉴스 앵커 박광온(43)는 “쑥쓰럽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방송 기자 17년 경력, 숱한 사람을 만나 취재해 왔을터이지만 그는 인터뷰 대상이 된 사실만으로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앵커는 기자의 또 다른 보직일 뿐이다. 최종 뉴스를 정리해 내보내는 앵커보다는 카메라맨, PD, 조명을 비롯한 스태프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권위와 영향력을 보장 받는 앵커의 냄새는 거의 풍기지 않는다.
방송가에선 박광온은 미국 CBS 뉴스담당 윌리엄 레오나드사장이 적시한 뉴스앵커의 네가지 자질인 방송인으로서의 능력, 화면 뒤에 행해지는 기자로서의 자질, 방송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 그리고 호감가는 성격을 두루 갖춘 몇 안되는 앵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얼굴이 빨개지며 “우리는 편성권과 인사권을 갖는 미국식 앵커도 아니고 그저 뉴스만 전달하는 영국식 앵커도 아닌 특수한 앵커의 성격이다.
권한도, 책임도 없는 한국 앵커들 대부분은 무난한 인상만을 준다”고 말한다.
그가 주말뉴스를 맡은 지 4개월만에 시청자의 눈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남성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앵커로 부상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E메일을 통해 들어오는 시청자 의견과 아내 친구 동료를 비롯한 많은 모니터 그룹의 충고를 철저하게 수용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은 뉴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용자인 시청자 중심이 돼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입장은 ‘서빙맨 앵커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앵커는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기보다는 뉴스라는 요리를 먹는 이들에게 더 펀하고, 쉽게,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을 쓰는 봉사자이다.”
인터뷰 도중 브라운관을 통해 휴가철을 맞아 거리가 한산하다는 모방송의 앵커 멘트가 흘러나오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서울이 한국 전부를 나타낸 것이 아니기에 서울 거리가 한산하다고 표현하는게 맞지 않겠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그의 뉴스 멘트는 아직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날카로움은 없지만 정확하고 신중하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듯 또박또박 멘트를 한다.
웃음을 별로 짓지 않는 그의 뉴스 진행스타일이 딱딱해 가끔 여성 시청자들은 부담스러워한다.
“오죽 했으면 선배가 우연히 내가 웃는 모습을 보고 방송 진행할때도 그렇게 웃으라고 말했다”라며 웃었다.
오락 프로그램에 섭외가 들어와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못 나갈 것 같다. 노래도 못부르고 앞에 나서 남을 즐겁게 하지도 못하는 체질이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전형적인 ‘촌놈’이라는 박광온은 1983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MBC에 입사했다. “대학시절 학교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그래서 언론사 시험을 자연스럽게 보게 됐다.”기자입문 동기를 간단히 설명한다.
대학시절 일화는 그가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 도쿄(東京)특파원을 거치며 17년동안의 기자생활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준거다. 그는 대학신문에 교련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교련 교관으로부터 F학점을 받아 한학기 늦게 졸업하고 군단축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소박한 생각이었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교련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 뿐이다”
특파원시절 두 아이와 아내에게 모처럼 가정적이 돼 후한 점수를 얻었던 그는 앵커로 일한 지 얼마 안돼 또다시 가정에 무관심한 아버지, 남편이라는 예전의 핀잔을 듣게 됐다.
그 정도로 그는 요즘 자신의 일, 주말 뉴스 앵커 역할에 푹 빠져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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