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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자금을 제외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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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자금을 제외하다니

입력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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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불법 자금의 ‘돈 세탁’과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가칭 자금세탁방지법과 금융거래보고법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법자금의 이동 등 범죄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금융정보기구(FIU)가 설치된다. ‘검은 돈’의 흐름을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이같은 법 제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불법 자금의 세탁과 유출은 이미 상당 규모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자금세탁 규모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1~33%인 48조~147조원, 자금 불법유출은 GDP의 5~10%인 25조~50조원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검은 돈’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가 시행되면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자금세탁 중개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돈 세탁 감시를 위한 금융거래정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않은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더구나 자금세탁방지법에서 정치자금이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검은 돈’ ‘자금 세탁’등과 관련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우리의 불법 정치자금 관행이다. 시민단체들이 이번 법안을 두고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정치자금이 제외된데 대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국제적 입법 추세가 정치자금을 표적으로 한 예가 없다”며 현행 법상 불법 정치자금 처벌은 ‘3년 이하 징역’이어서 중대 범죄(3년 이상 징역)에 해당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정치자금 관련은 별도의 부패방지입법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과연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의문이다.

더욱이 자금세탁방지법은 지난 97년 한보 비자금 사건 당시 정부가 국회에 상정했다가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어, 정부는 법의 통과와 핵심 사항 제외를 맞바꿨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이번 법안에 대해 벌써부터 ‘반쪽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은 처음 만들 때보다 개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여론을 수렴해 이번 기회에 ‘검은 돈’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솔선수범이 요구된다. 정치권은 ‘정치 개혁’을 말로만 외칠 뿐 실천의지는 없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정치자금 관련 사항을 제외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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