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과 10월 이산가족상봉이 계속된다는 소식에 8·15방북단에 끼이지 못했던 이산가족들은 “이번에는 갈수 있겠지”라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차 있다. 특히 200명의 1차 명단엔 끼였다가 최종명단에서 빠진 사람들은 “TV로 상봉장면을 지켜보며 눈물로 한을 달랬지만 다음번엔 우리차례”라며 북의 가족을 만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1차명단에 끼였다가 방북하지 못한 마순옥(馬順玉·73·여·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나흘 내내 TV 앞에서 눈물 흘리다 마음병까지 얻어 병원에 다닌다”며 “16일 적십자사에서 ‘생각하고 있으니 마음놓고 있으라’는 편지를 보내와 이번엔 나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에 있는 시조카 문이섭(59)씨의 생존을 확인한 한이순(72·여·대구 동인동)씨도 “이번에 가면 확인이 안된 세 동생의 생사도 꼭 확인할 것”이라며 “병원에 있는 시조카의 아버지 봉상(81)씨도 내가 다시 갈 수있다는 소식에 ‘이섭이 소식을 듣고 죽어야 겠다’며 기운을 차리고 있다”고 전했다.
함남 북청이 고향인 송등용(宋登龍·68·서울 동작구 본동)씨는 “이번엔 내가 꼭 가야지”라며 “다음달에 북에 가면 살아있다는 조카를 만나 돌아가셨다는 부모님 소식을 직접 확인해야 겠다”고 기대에 부풀었다.
이번 상봉을 지켜본 이산가족들에겐 안타까운 바람들도 많았다. 다음번에 방문할땐 고향땅을 꼭 밟아볼 수 있도록 하고 부모님 산소에 술한잔이라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200명에 끼였다 북의 식구들 소식조차 확인 못한 민병임(閔炳林·72·여·인천 동구 송림1동)씨는 “북에 아직 살아 있을 조카들도 있는데 가족 소식을 모른다는 건 행정착오일 수도 있다”며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 엄마 산소에만 가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평남 안주가 고향인 강제필(73·여·광주 인동)씨도 “이번에는 너무 짧은 시간에다 고향땅도 못가보고 한방에서 잠한번 못자고 해서 너무들 섭섭해 하는것 같다”며 “좋은 호텔방에서 자는 것보다 고향집에서 부벼대며 하룻밤 지내고 부모 산소에 성묘한번 가는 것이 50년 이산의 한을 푸는데 훨씬 낫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큰아버지의 사망소식과 고모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김능주(金能柱·59·부산시 수영구 광안3동)씨는 “아버님이 내내 형님을 그리다 돌아가셨다”며 “만날 수 있는 가족수의 제한도 없애고 면회소 설치도 서둘러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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