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강제규끝은 어디인가. 인력 양성과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드림팀, 종합기술금융(KTB)으로부터 57억 5,000만원 투자 유치, 인터넷방송 ICBN 공동설립, 극장운영,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스크림 공동투자, 인터넷사이트 오픈.
이 모든 것이 1년 안에 이루어졌다.
하나로 투자전문기관들이 평가한 ‘강제규 필름’의 브랜드 가치는 2,000억원. 더구나 올해 안에 코스닥에 등록까지 하겠다고 공표, 투자자와 영상관련 사업에 손을 잡자는 기업이 줄을 서고 있다.
남의 돈으로 어렵게 제작하던 영화사로서는 야심을 펼칠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까.
지난 2일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바른손 등 국내 음반, 인터넷, 게임, 캐릭터 분야의 대표적 회사들과 공동설립한 ㈜아이스크림(Iscream) 엔터테인먼트 역시 영상산업의 다변화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사업 확장의 일환이다.
강제규필름으로서는 불과 2억 5,000만원(전체 지분의 25%)을 투자해 영화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의 기획과 개발, 세계적 유통망을 뚫게 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지역에 개관한 최첨단 멀티플렉스 ‘ZOO 002’를 시작으로 서울은 물론 지방에까지 극장사업을 확장해 전국 배급망도 갖출 계획이다.
올 연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강제규 자신이 메가폰을 잡을 계획인 남북분단을 소재로 한 ‘제2의 쉬리’와 다른 한 작품의 제작비 50%이상은 해외에서 유치한다.
여기까지가 강제규필름의 목표. 그야말로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갖추겠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산업화를 위해 적어도 아시아시장까지를 겨냥한 건강한 메이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제 그것이 없다면 한국영화의 산업화는 불가능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행보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성공 이후 그의 행보는 어떤 방향으로든 한국영화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커진 제작비, 상대적으로 허술해지는 영화가 그렇고, 한국영화계가 빅3(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강제규필름)으로 재편되는 현상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시각에 강제규는 반론을 제기한다.
“5년 후면 아시아가 세계 최대영화시장이 될 것이다. 그때 한국이 그 시장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의 제작규모나 시스템으로는 안된다. 공동제작, 다양한 부가산업을 활성화하는 아시아의 대표적 영화사가 필요하다.
그것이 꼭 강제규필름이 아니라도 좋다.”
한국영화 덩치가 커지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다양한 장르영화를 위해서는 기존 제작비로는 불가능하며, 지금은 크기에 비해 부실해 실망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철저한 시장논리, 냉정한 관객들에 의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해외시장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시스템도 좋은 영화를 전제조건으로 한다.
강제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힘의 80%는 제작역량을 기르는 일에 쏟고 있다고 했다.
다만 소문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마치 덩치만 키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준비해온 '베사메무쵸''펠레스코아' 등 7개 작품이 9월이면 하나씩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그 중에는 인터넷영화
도 있다.
또 11월이면 40억원짜리 '단적비연수'가 선을 보인다.
로 시네마서비스 강우석이 혹독한 시험을 치렀다면, 이번에는 강제규 차례다. 어쩌면 그에게는 '비천무'때 보다 더 가혹한 평가가 내려질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한국영화는 변하고 있고, 그 변화가 '거품'인지, ‘장미빛’인지 자신이 먼저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