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의 ‘마지막 포로’로 알려진 한 헝가리 노인이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나섰다.주인공은 러시아 코텔니치에 있는 정신병원에 53년 동안이나 수용돼 있다 지난 11일 헝가리로 송환된 안드라스 타마스(75·사진). 자신의 이름은 물론 전혀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던 그는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타마스가 아니다”라며 자신있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태어나고 성장한 동부 헝가리의 마을들과 지인(知人)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타마스를 치료하고 있는 헝가리 국립신경정신연구소 안드라스 베르 소장은 18일 “노인이 기억을 되찾고 있다”면서 “사실 확인을 마치면 신원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마스의 인생역정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1997년 반세기만에 자신과 가족을 되찾은 ‘훈할머니’ 이남이(李男伊·75)씨의 경우와 흡사해 보인다.
타마스는 나치 독일의 지휘를 받은 15만명의 헝가리군이 소련군과 맞붙은 우크라이나 돈강 전투에서 포로가 된 후 시베리아로 유배된 지 3년째인 1947년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한쪽 다리가 절단된 그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고 과거 기억을 거의 상실했다.
의사들은 헝가리어만 약간 구사하는 그에게 헝가리에서 흔한 타마스란 이름을 붙여줬다. 이 병원에서 1980년 마지막 헝가리 환자가 퇴원한후 타마스는 20년 동안 ‘언어의 고도(孤島)’에 살았다.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헝가리어를 아는 슬로바키아 의사들이 병원을 찾으면서부터. 이후 타마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으나 불완전한 기록과 정신분열증으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결국 헝가리 의사들이 급파됐고, 그가 반세기전 헝가리 중산층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과연 잃어버린 과거와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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