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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위신 잠수함과 함께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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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위신 잠수함과 함께 침몰

입력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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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승무원 구조를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국제구조팀의 작전이 20일 시작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만에 처음으로 입은 정치적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미하일 모차크 러시아 북해함대 사령관은 RTR TV와의 회견에서 “쿠르스크호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이번 사고는 러시아 해군 사상 최악의 재난이라고 말했다. 모차크 중장은 지난 12일 침몰당시 폭발로 승무원 대부분이 숨진 것으로 보이며, 그후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던 생존 승무원들도 선체에 바닷물이 스며들어 지금은 모두 익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영국과 노르웨이 해군으로 구성된 국제구조팀은 이날 소형잠수정 LR5와 심해잠수부를 투입, 혹시 있을지도 모를 생존자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처리를 둘러싸고 러시아 언론과 야당정치인, 국제여론 등은 푸틴 행정부가 아직도 구 소련식 비밀주의와 책임회피주의에 젖어 사고수습을 제대로 못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들은 푸틴이 흑해 휴양지에 머물러 있던 지난 주초부터 “왜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는가?”“쿠르스크호 승무원들은 누구를 위해 죽어가고 있는가”“거짓말과 공포, 이것이 러시아 권력의 실체다”라는 식으로 점점 더 신랄한 표제를 달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언론들은 특히 러시아 해군의 혼란스러운 사고 수습과정,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 등을 구체적 사실을 들어가며 맹비난했다.

야당인 야블로코당의 블라디미르 아바체프 의원은 “푸틴은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며 그 자신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혹시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푸틴의 미숙함을 꼬집었다. 푸틴은 여론이 악화하자 18일 뒤늦게 모스크바로 돌아와 사태수습에 나섰으며 그제서야 정보가 집약되고, 사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사고는 러시아 정부에 아직도 구 소련 당시의 비밀주의와 책임회피주의가 만연돼 있음을 보여주었다”며 “러시아는 공산 권위주의에서 개방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고통스런 과도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사고로 러시아 군사력의 재건, 특히 해군력 강화를 강조해온 푸틴의 위신이 추락했지만 한편으로는 군과 정부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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