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골프에 관한 이론과 기능을 겸비한 골프마니아다. 까다롭고 복잡한 골프 룰에서부터 스윙의 원리, 골프채와 관련된 온갖 지식, 골프용어, 유명한 프로골퍼에 얽힌 일화들, 유명 골프코스의 특징 등 그에게 물어봐서 막히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골프실력도 싱글이다.이론과 실기로 무장된 K는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골프메이트로서 즐거움을 누렸다. 동반요청이 쇄도했고 그는 풍부한 골프지식과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이런 K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남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골퍼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동반요청이 줄어들고 골프메이트로서의 호감도가 감퇴되고 있었지만 그는 이를 못 느끼고 있다가 ‘무엇이든 가르치려 드는 병’이 중증이 되어서야 비로소 친구의 지적으로 알게 되었다.
K는 원래 난 체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고수가 되어 있었고 한 수 배우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 요청들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대부분의 골퍼들이 늘 친절한 현장지도를 달갑게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수 지도를 요청하는 골퍼들도 그를 골프의 스승이 아닌 한 때의 조언자로 생각하며 언젠가 그를 극복하려고 칼을 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순진한 K는 “오늘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라며 배우기를 자청하는 하이 핸디캡의 골퍼조차도 한두 번의 원 포인트 지도를 바랄 뿐 미스샷을 날릴 때마다 자상하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하게 여긴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골프를 잘 치긴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르치려고 들어 함께 플레이하기가 껄끄럽고 짜증스러운 상대’로 변해 있었다.
절친한 한 친구의 충언을 듣고서야 이 사실을 깨달은 K는 참담한 심정으로 골퍼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가혹할 정도의 자기수련에 들어갔다. K는 1년 가까이 각고의 노력끝에 겨우 ‘환영받지 못하는 골퍼’란 딱지를 떼는 데 성공했다.
자신은 부인하고 싶겠지만 대부분의 골퍼들이 남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습관이나 버릇을 한두 가지 갖고 있다. 골퍼들은 냉정하게 자문해볼 일이다. ‘나는 과연 환영받는 골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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