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언제치나…"“홈런이기엔 역부족인 평범한 안타”
민주당 전당대회의 마지막날인 17일 후보수락연설을 통해 ‘부통령’이 아닌 ‘대통령 후보’로 데뷔한 앨 고어 후보는 역전홈런을 날릴 것으로 기대한 민주당원들의 바램과는 달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고어는 부인 티퍼의 소개로 다른 연사처럼 무대뒤의 연사출구가 아닌 플로어를 통해 등장, 티퍼와 진한 키스를 2차례나 교환하는 파격을 연출해 장내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고어는 가족들 소개를 거쳐 민주당 정부가 이룩한 치적을 열거할 때부터 그동안 유세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동적 언변이라기 보다는 설교식 어법에 가까운 고어의 연설은 개막식날 클린턴 대통령이나 전날의 조지프 리버만 후보와는 거리가 있었다. 박력이 결여된 지루한 연설이 빠르게 계속되자 당원들은 박수를 쳐야할 대목을 찾지못해 당황하기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무대 매너에도 불구하고 연설내용은 높은 평점을 받았다. 고어는 공화당 공약의 허구성을 반박하고 교육, 의료보험, 감세, 외교·국방문제 등에 대한 공약을 적절히 제시했다. 고어는 특히 외교문제와 관련, “우리는 유럽과 중동, 일본·한국 등의 방위를 준수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어는 또 자신이 월남전에 참전한 과정과 귀향후 신문기자로 일하다 정계에 투신한 과정 등을 말하면서 인생관을 보여주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고어의 수락연설을 ‘준비된 대통령 고어’라는 ‘훌륭한 상품’을 제대로 포장해내지 못한 그동안의 실수를 되풀한 또 하나의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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