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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이산가족상봉에 무관심

입력
200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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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나와 무슨 상관?", 네티즌들 민망할 정도로 냉담격정과 흥분, 눈물과 환희…. 이산가족 상봉의 열기가 나흘 동안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이면에는 뜻밖에 꼭 그렇지만도 않은 분위기가 있었다. 바로 신세대의 냉담한 정서.

대부분 젊은 세대의 반응은 연일 TV 앞에 붙어앉아 눈시울을 붉히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산가족 상봉이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심지어 일부에서는 “상봉 쇼를 중단하라”는 주장까지 튀어나왔다.

이에 대해 많은 이는 신세대의 이같은 정서가 통일과정에 자칫 새로운 걸림돌로 대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당연한 현상으로 통일의 저해요인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세대의 무관심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은 인터넷과 PC통신 등 사이버공간. 평소 사회적 핫이슈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던 각종 게시판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던 15~18일에도 이산가족이나 통일 관련 글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상봉장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16일, PC통신 천리안 게시판에 올라온 1,043건의 글중 이산가족 상봉 관련건은 고작 30여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10,20대의 관심도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수치다.

그 내용도 상봉의 감격보다 냉소에 가깝다. 천리안에 ‘간장25’란 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짜증나는 이산가족 방송 대신 보고 싶은 만화 프로그램이나 틀어달라”고 했고 하이텔의 이경연(KYDY1234)씨는 “3박4일 비용만 얼마냐. 전부 세금인데 이벤트성 행사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때 통일 관련 여론 조성에 큰몫을 차지했던 대학생들도 뜻밖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총학생회 간부 이모(23)씨는 “대다수 학우가 통일과 이산가족 상봉 등 당위적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로 당장 자신과 관계없는 일엔 무심하기 이를 데 없다”고 전했다.

더욱이 10대의 반응은 깜짝 놀랄 정도다. 손하림(17·가락고2)양은 “평소 재밌게 보던 드라마도 취소하고 이산가족 방송은 너무 싫증난다”고 말했고 권혜성(17·은광여고2)양은 “50년만에 만난 사람들이 무슨 할 얘기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통일에 반대한다. 북에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들 먹여살려야 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세대간 관심도의 차이는 TV시청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국시청률 조사회사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15일 방송3사가 진행한 이산가족 상봉 특별생방송에서 50대 이상의 개인시청률은 27.7%인데 반해 40대 22.2%, 30대 18.2%, 20대 14.9%, 10대 13.8%, 10세 미만 11.1%로 조사됐다. 연령이 낮을수록 이산가족에 대한 관심이 급감한 것이다.

◈ 전문가들의 견해

백기완(白基玩)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산가족과 통일에 대한 신세대의 무관심과 냉소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 붕괴를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라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젊은이들의 의식구조마저 왜곡시켰다”고 우려했다.

통일연구원 김병로(金炳魯) 박사는 “분단체제 고착화에 따른 현상으로, 분단구조의 폐해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인식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명지대 연하청(延河淸) 교수는 “분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젊은 세대에게 고작 200여명의 이산가족을 앞세운 이벤트성 행사로 관심을 끌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과 상시적 면회 등 1,000만 이산가족과 그 자손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는 장기적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젊은층의 무관심은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세대 사회학과 송 복(宋 複) 교수는 “이산가족과 통일을 강조한다고 해서 북측과 근본적 이질감을 갖고 있는 신세대가 새삼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며 “북한을 ‘남의 나라’나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무관심이 오히려 자연스런 인적왕래와 물자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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