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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한상씨 18일 새벽 어머니와 극적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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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한상씨 18일 새벽 어머니와 극적상봉

입력
200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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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한상씨 18일 새벽 어머니와 극적상봉“갔다 오겠습니다, 어머니.” “그래, 갔다 빨리 와.”

통곡하며 발길을 돌리는 북의 아들에게 병상의 노모는 작은 목소리로 인사말을 건넸다. 마치 곧 돌아올 출근길 아들을 배웅하듯….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던 어머니와의 짧은 상봉. 50년 이별과 또 그만한 세월이 흐른 것 같은 3일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18일 새벽 량한상(69)씨가 어머니 김애란(87)씨를 만났다. “어머니!” “한상이 아니냐. 왜 이리 늦었냐.”

어머니 김씨는 앰뷸런스조차 탈 수 없는 정도로 노환이 악화, 코엑스나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의 상봉이 불가능했던 상태. 량씨는 어머니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집에서라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남북 적십자사에 호소했으나 ‘지정장소내 상봉’원칙에 따른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모자의 딱한 사연에 안타까워하던 남북 당국은 간밤 재절충 끝에 상봉을 주선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어머니 김씨는 이날 새벽 3시45분께 119구급대 차량으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특실 1252호실로 옮겨졌다.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량씨는 어머니를 보는 순간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그대로 어머니 가슴에 무너졌다. 어머니도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뼈만 남은 자신의 앙상한 손가락 마디를 가리켰다. “애기 갖다줘.”잠깐 어리둥절했던 량씨는 동생 한정(62·여)씨가 “며느리 갔다주래요”하며 어머니의 가락지를 빼주자 “어머니”라며 다시 통곡을 터뜨렸다.

그러나 만남은 너무도 짧았다. 시간이 돼 일어서려는 아들을 어머니는 기력없는 손을 뻗어 마냥 잡아끌었다. “못 간다구, 못 가, 얘야. 나랑 살어.”“어머니, 저를 용서하세요.” 병실안은 다시 눈물바다를 이뤘다.

워커힐호텔로 돌아온 량씨는 오전 8시께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가족들이 전해준 휴대전화로 어머니와 통화, 다시 한번 고별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금방 오겠습니다. 다시 올 때까지 꼭 살아계셔야 해요.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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