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법(가칭)과 금융정보기구(FIU) 신설은 내년 1월 외환거래 완전자유화에 따라 예상되는 ‘검은 돈’의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한국이 국제 범죄자금 세탁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국내적으로도 기업 및 공직자 부패의 온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자금세탁 차단 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것은 일단 마약 등 조직범죄와 탈세 등 경제범죄, 공무원 수뢰, 부유층의 해외 재산도피 등 반사회적 중대범죄. 재경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관련 법령 등을 검토, 대상범죄및 처벌수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FIU는 불법 자금이 은행 등 제도금융권을 돌면서 정상적인 돈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감시·분석하는 전문기구. 불법혐의가 포착되면 수사기관과 국세청, 금융감독기관 등에 자료를 제공, 정식 수사에 착수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FIU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기관 전문가로 구성된다. 정부는 ‘혐의 거래 보고제도’를 도입, 은행 창구담당자 등 금융기관 종사자가 위법혐의가 있는 거래를 포착해 FIU에 보고하면 금융거래 정보공개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줄 방침이다.
정부는 ‘혐의 거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가·차명계좌 의혹 단기간내 빈번한 거액 입출금후 계좌해지 단기 다수의 거래총액이 거액인 경우 해외 송금시 허위정보 제공 등을 꼽는다.
풀어야 할 숙제 정치자금 세탁 처벌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정부는 97년 한보비자금사건 당시 비슷한 법안을 상정했다가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는 해당조항을 제외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원활한 입법을 위해 정치자금 조항은 제외할 방침”이라며 “현행법상 불법 정치자금 처벌은 ‘3년이하 징역’이어서 중대범죄(3년이상 징역)에 해당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즉각 반발하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또 범죄정보 흐름의 ‘병목’인 금융기관의 혐의거래 보고 활성화도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영업상의 편의와 고객 서비스를 중시하는 은행 등 금융권이 확실하지 않은 감(感)으로 ‘본점_FIU_수사기관’으로 이어지는 보고라인을 쉽사리 가동하겠느냐는 우려이다.
또 금융보고가 지나쳐 개인의 금융정보 유출 시비에 휘말릴 것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