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8·15상봉/ 김포공항의 마지막 이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8·15상봉/ 김포공항의 마지막 이별

입력
2000.08.19 00:00
0 0

‘비행기 날개에 매달려서라도 함께 갈 수만 있다면….’북측 방문단 공식 환송장소였던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앞에서 송별의 아쉬움을 다 달래지 못한 남측 가족들은 공항에 따라나와 마르지 않는 눈물을 쏟았다.

18일 오전 9시10분께 김포공항. ‘부디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또 만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나온 가족들은 출국장을 향하는 방문단에게 손을 흔들며 50년만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이들은 눈물을 훔치며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자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며 이름과 호칭을 불러댔다. 떠나는 방문단도 아쉬움은 마찬가지였다.

황주태씨의 조카 희선(35)씨는 일가족 8명이 ‘너무 그리울 황주태 작은아버님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나와 간절함을 전했다.

황씨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용하다. 잘 있어라”라고 했지만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백운기(73)씨의 조카 승호(33)씨도 19개월된 딸과 함께 ‘건강하세요’라는 노란색 플래카드를 들고 큰아버지를 배웅했다.

북한 여성박사 1호인 김옥배(62)씨의 가족들은 워커힐 호텔에서 작별인사를 한 뒤 공항으로 뒤쫓아 왔으나 간발의 차로 놓치자 눈물을 글썽이며 기자들에게 “마지막 모습이 어땠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편 리춘명(70)씨의 고종사촌 최인환(49)씨는 ‘환영 리춘명. 또 만나고 싶다. 건강하세요. 동생 일동’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가 감정을 못이겨 출국장으로 들어서는 리씨에게 돌진, 잠시 소동이 일기도 했다.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64)씨는 조카들과 차례로 포옹하며 마지막 이별을 고했고 부축을 받으며 출국장으로 향하던 황의분(84·여) 할머니도 잠시 미소로 환송객에게 답례하다가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상봉 기간 내내 워커힐 호텔 앞에서 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인적사항 등을 적은 대형 도화지나 피켓을 들고 다녔던 사람들은 이날도 공항에 나타나 이산의 아픔을 더했다.

오빠 석종철씨를 찾는 석옥자(59·강원 강릉)씨는 “오빠를 아는 사람이 오빠 사진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공항에 나왔다”고 말했다. “해방 2년 뒤 작은 아버지들과 헤어졌다”는 정순미(60·여)씨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듯 인적사항을 적은 대형 도화지를 상봉단 앞에서 높이 쳐들기도 했다.

한편 조주경(68)씨는 1967년 김일성대 수학과 교수 시절 가르친 베트남 출신 제자 이혜광(50·서울 금천구 가산동)씨가 환송 나와 30여년만에 사제간 만남을 이뤘다.

부산의 박효만(65)씨는 죽은 줄만 알았던 형 박영만(69)씨를 만난 데 감사하는 뜻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만든 청주막걸리 ‘청맥’ 156상자를 북측 상봉단 전원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선물로 제공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