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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마무리 좌담/"상봉의 제도화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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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마무리 좌담/"상봉의 제도화 뒤따라야"

입력
200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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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간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각계의 전문가들은 면회소 설치등 ‘상봉의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또 남북 모두 정치적 이용을 지양하고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좌담에는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제성호 중앙대법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참석자 :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제성호 중앙대법학과 교수

◇의미와 소감

이경숙 총장=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한 모든 국민들이 감격과 기쁨의 눈물속에서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는 드문 기회였습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인 6.15 공동선언의 가시적 성과입니다. 1985년에도 상봉이 있었지만 85년의 경우는 예술단 교환과 상봉이 뒤섞여 있었지요.

이번엔 이산가족만의 상봉이어서 남북간 화해·협력의 가시적 이정표를 마련했고 혈육의 정이‘이념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기초를 쌓았다고 봅니다.

또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기륜 사무총장 =이번 상봉은 예술단 공연등 정치적 선전에 중점이 두어졌던 85년 상봉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사전에 생사확인 작업을 거쳐 대부분의 가족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방문단 규모가 남북 각각 100명이라고는 하지만 만난 가족수를 감안하면 서울에서 700여명, 평양에서 300~400여명의 가족이 만났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의 길이 이제야 열린 셈입니다.

제성호 교수= 남과 북이 쌓아올린 분단의 장벽이 이산가족 상봉, 즉 남북간 주민의 만남에 의해 허물어져 나간다는 점에서 인도적 측면에서의 냉적구조 해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분야, 즉 정치 군사 이념 부문에서의 장벽을 해체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산가족 문제의 본격적인 해결을 위한 주춧돌을 놓은 것이지요.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통일교육의 기회가 됐다고도 봅니다. 다만 상봉장소가 호텔로 제한돼 고향방문이 이뤄지지 않은 점, 북측 방문단이 월북자 중심이어서 정치적 색채를 띈 점등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박총장= 실무적인 일을 추진하면서 느낀 것은 123만여명의 1세대 이산가족 뿐 아니라 767만으로 집계되는 전체 이산가족이 모두 상봉을 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쪽의 할아버지와 남쪽의 손자가 떨어지기 싫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이산가족 상봉이 해당 세대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습니다.

◇제도적 보완점

이총장=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되고 인간의 기본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제도화, 상설화해야 합니다.

100명이라는 숫자는 너무 적어 이번에 만난 사람은 정말 행운아입니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면회소 설치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로 이어져야 합니다.

박총장= 이산가족 상봉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선 면회소를 설치해야 하고 생사확인 서신교환등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에 서울에 온 북측 적십자사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산가족 추가상봉은 물론 고향방문까지 언급했다는 점을 들어 남북 적십자가 나서 실무적으로 빨리 일을 추진하자고 했습니다.

북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면회소 설치등의 문제가 생각보다 빨리 성사 될 수 있을 것 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총장= 이번 행사로 남쪽에서만 20~30억원을 썼다고 하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이것은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비용을 절약해가며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박총장=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이번에는 시범적으로 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지만 앞으로는 이산가족이 실질적으로 만나는 데 의의를 둬야지 행사위주로 전시효과를 노리고 진행되서는 안됩니다.

제교수= 이산가족 상봉은 각본없는 감동의 드라마였지만 다시 헤어진 데 따른 후유증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후속조치가 필요합니다.

대량적인 만남을 위해서는 빨리 면회소를 설치해야 합니다. 면회소는 한군데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금강산 고성 판문점 철원등 여러 곳에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번에 상봉한 이산가족들은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이들의 회한을 줄이기 위해 이들만이라도 먼저 우편물 교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에 46년부터 50년 6월까지 남북간에 165회에 걸쳐 우편물 교환이 이뤄진 선례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을 설득, 이런 좋은 선례를 활용해 앞으로 적십자 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으면 합니다.

◇향후 과제

제교수 = 이산가족 상봉이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시혜적 대남 조치가 돼서는 안됩니다. 남북 적십자 당국이 빨리 합의해 제도화 해야 합니다.

대남 시혜적인 접근 방식은 남북간의 실질적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 제3국을 통한 이산가족간의 만남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강산 관광도 상봉에 활용, 남측 사람들이 북측 이산가족도 만나고 성묘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복원될 경의선·경원선의 경우도 이산가족을 위한 열차, ‘상봉열차’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취재 보도진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자의 무리한 방문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상대 지역으로 가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어부등 납북자 및 국군포로의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가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특히 앞으로 고향 방문이 이뤄질 경우 여기에는 납북자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총장 = 72년부터 85년까지 적십자 활동을 하면서 북측과 10여차례에 걸쳐 회담을 했는 데 그때 이미 무엇을 할 지가 이미 합의된 상태입니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자유의지에 의한 재결합등이 그것입니다. 또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또는 영상 미디어를 통해한 이산가족 상봉 시스템도 가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컴퓨터등을 북한에 지원해서라도 서로 화면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방안등이 있을 겁니다. TV의 이산가족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구요.

박총장 = 이런 말을 해야 좋을 지 모르겠으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북측의 노동당 규약이나 형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폐지해야 순수한 이산가족의 만남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북측은 훈련이 잘 된 사람들만 보내 왔어요.

또 남북간의 상봉과정에서 예외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북측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가슴아픈 일이 생기면 그것은 제도가 잘못된 것입니다.

제교수 = 남북간에 광통신도 깔린 만큼 앞으로 이산가족간 전화연결도 가능해져야 합니다. 상봉직전에 타계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산가족간 송금및 이산가족 기업의 고향투자 등도 이뤄지도록 이산가족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노력이 필요합니다.

◇남북 당국에의 바람

박총장 = 남북이 시간을 끌면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1세대가 타계하고 나면 2,3세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이산가족 문제에 관한 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봅니다. 정상간 합의이기 때문에 앞으로 흐지부지 되는 일은 없을 것 입니다.

적십자회담의 경우도 과거와는 달리 북측이 먼저 요청했어요. 김정일 위원장도 이 문제에 대해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총장 = 이산가족 문제만은 탈 정치화해야 합니다. 인도적 접근으로 순수하게 해야 합니다. 파장이 워낙 커 남북 모두 정치적으로 연계가 되지만 너무 나가면 인간 본연의 자세가 흐트러집니다.

또 우리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 신뢰를 갖게 해야 합니다. 국군포로및 납북자 문제에 있어서 생사확인만이라도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할 경우, 체제선전을 위해 활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남북간 분열을 가져 옵니다. 또 우리 국민들은 차분해 져야 합니다.

제교수 = 김정일위원장은 이산가족의 시혜적 상봉을 통해 이산가족들을 북한이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데 원군(援軍)으로 만들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통일 전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남북관계를 감성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해야 합니다.

북한도 비전향 장기수등을 체제선전에 이용하지 말아야 하듯이 우리도 남북관계를 정부의 치적으로 선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정리·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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