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일 분단 후 첫 서울공연을 갖는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북한 창작곡을 많이 들려줄 예정이다. 단독공연과 KBS교향악단 합동공연의 총 네 차례 음악회에서 바이올린협주곡 ‘사향가’, 관현악곡 ‘아리랑’ ‘그네 뛰는 처녀’, 북한 가곡 등을 연주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오페라 아리아 외에는 모두 북한 작품이다.그런데 우리측 KBS교향악단이 준비한 남한의 창작음악은 채동선의 가곡 ‘그리워’뿐이다. 하다못해 민요 편곡 하나 없다. 북한 동포들이 이번 공연을 본다면, 남쪽에는 창작음악이 없는 줄 알 것 같다.
왜 이리 됐을까. 마땅한 작품이 없다는 게 KBS측 설명이다. 남북 합동공연의 축제 분위기에 걸맞는, 너무 어렵지 않고 민족적 색채를 지닌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 작품을 찾아내 연습하기에는 일정이 촉박한 것도 이유다.
그럼, 남쪽 작곡가들은 그동안 우리 음악으로 자랑스레 내보일 작품 하나 못썼단 말인가. 좋은 작품이 드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서양 레퍼토리에만 매달려 한국 창작곡을 돌보지 않았던 우리 음악계 풍토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작곡가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좀 못난 작품이라도 자꾸 연주해서 고치고 했다면 좋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남쪽 오케스트라가 북한에 가서 연주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도 서양음악만 연주할 것인가. 창작음악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북한과 교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이 창작음악에 관한 그동안의 무관심을 떨쳐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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