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니! 오마니! 부디 오래오래 사시라요.”17일 낮 1시45분. 북에서 온 아들 리영수(66)씨는 휠체어에 기대 눈물만 흘리는 노모를 뒤로 하고 쉐라톤 워커힐 호텔 합동오찬장을 몇 걸음 나서다 갑자기 뒤돌아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외쳤다.
“안된다. 이번에는 못 간다….” 어머니 김봉자(88)씨는 50년 전 서울교통학교 교복을 입고 문을 나서던 맏아들 모습이 다시 떠오르는듯 달려가 아들의 목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영영 이별이 될 지도 모르는 마지막 만남의 오찬장은 넋 잃은 가족들의 흐느낌 속에 담배연기만 자욱했다.
낮 12시30분께 개별상봉을 마치고 오찬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가족들은 다가온 이별을 애써 외면하듯 담담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찬장에서는 이내 나즈막한 흐느낌 소리가 번져갔다.
“어머니를 두고 가는 심정을 뭐라 말로 하겠는가.” 김일성대 교수 조주경(68)씨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어머니 신재순(88)씨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외아들인 나마저 북으로 떠난 후 평생을 홀로 사신 어머니인데… 이대로 영원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조씨는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하나 하나 어머니 입에 넣어드렸다.
음식은 진수성찬이었건만 1시간여가 지나도록 줄지 않았다. 북에서 온 아들 조진영(69)씨는 어머니 정선화(94)씨에게 음식을 권했지만 정씨는 말이 없었다.
큰형수 김경례(70)씨가 “어제 만찬 후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만나느냐’며 상심해 약까지 드셨다”고 눈시울을 붉히자 조씨는 눈물을 떨구면서도 “곧 통일이 돼 다시 만날 날이 올 겁니다”라며 위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호텔종업원 김승희(21·여)씨도 “곧 함께 사실 수 있을 거예요”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면 북측 방문단부터 숙소로 돌아가주십시오.” 1시40분께 갑자기 종업원들이 테이블마다 이같은 안내말을 전하자 오찬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리인영씨의 동생 인기(60)씨는 “이렇게 헤어지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분을 참지 못했고, 치매에 걸린 노모 조원호(100)씨와 작별인사를 나누던 리종필(69)씨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휠체어에 탄 박보배(91), 신영자(92) 할머니는 떠나는 아들 딸의 이름을 부르다 실신했다. 뒤에 남은 가족들은 반 넘어 남은 음식 위로 뜨거운 눈물만 쏟고 있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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