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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 남쪽가족, 초조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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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 남쪽가족, 초조한 기다림

입력
200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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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만났는지... 편지는 전했는지...“오늘 하루는 48시간쯤 되는 것같아. 왜 이리 하루가 긴지….”

반백의 세월 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북의 아들 윤구(54)씨 소식을 전해줄 동생을 기다리는 이철우(李哲愚·78)씨에게는 17일 하루가 생이별 50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혹시 못 만난 건 아닌지, 편지는 제대로 전했는지….”

이씨는 네살배기 아들의 옛모습이 눈에 밟히는지 연신 눈물을 훔쳤다.

8·15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면서 북에 가족을 보낸 남쪽의 이산가족들은 한시도 TV와 신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50년의 한이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기다리며 조바심치고 있다.

“내 대신 ‘용서해달라’고 전해달라고 했어….” 자신을 대신해 아내를 만나고 올 동생을 기다리는 엄수원(嚴洙元·75)씨는 이날도 술로 잠을 청했다.

‘전쟁통에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지만, 아내를 버리고 홀로 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터라 아내 소식을 전해 들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여섯살된 딸을 버리고 왔다는 죄책감에 50년을 눈물로 보냈던 민정순(閔貞順·74)씨에게도 17일 하루는 또다른 반백년이었다.

민씨는 몸이 아파 남편 이재경(李在卿·79)씨만 방북신청을 했건만 막상 남편이 방북대상자에 뽑히자 화가 났다. “내가 대신 가겠다”며 며칠을 울었던 민씨는 ‘혹시 딸이 날 용서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TV도 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애틋한 모정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TV 화면에 보이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한시라도 빨리 남편을 만나 장성한 딸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듣고픈 민씨에게 시간은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보낸 편지 읽어봤을까, 결혼은 했을까, 아들 딸은 몇이나 두었을까….” TV를 통해 들은 “부모님을 만나면 금방 알아보시라고 코 옆 점도 빼지 않았다”는 딸의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민씨는 17일 밤을 꼬박 뜬눈으로 지샜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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