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서 어머니와 하루라도 잤더라면..."3박4일간의 남북 이산가족 교환 방문은 서울과 평양을 눈물로 적시며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발판을 마련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병든 노모와 자식의 앰뷸런스 상봉, 상봉장소에 오지 못한 가족과의 휴대폰 상봉 등이 말해주듯 상봉 시간과 장소, 인원이 제한됨으로써 ‘50년 이산의 한’을 달래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의 만남은 “돌아가신 부모님 산소라도 찾게 해 달라””어머니와 하룻밤이라도 함께 자게 해 달라”는 이산 가족들의 절규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남 이후 후속 대책이 없다 남북 이산가족 200명은 혈육을 만나는 ‘선택된’ 기쁨을 누렸지만 언제 다시 가족을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2, 3차 상봉이 상당규모로 이뤄진다 해도 일단 가족을 한번 만난 사람은 제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헤어진 뒤 서신 교환이나 전화 통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통로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적절한 후속 조치가 없으면 더 큰 상봉 휴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북측의 계관시인 오영재(64)씨는 “연락사무소나 이산가족 만남의 정례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화와 편지의 상시교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너무 작은 상봉규모 북측 방문단이 묵고 있는 워커힐 호텔 주변에는 연일 가족의 생사를 알아보려는 남측 이산가족들이 가족사항을 적은 피켓을 들고 나와 북측에 소식을 전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남측의 이산가족만 767만명. 매일 100명씩 2년동안 쉬지 않고 상봉을 해야 각자에게 한 번씩 기회가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70세이상 이산가족들은 해마다 1만명씩 세상을 뜨고 있다. 머지 않아 이산가족 문제가 자연히 없어질 상황에 처했다. 따라서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상설 면회소의 설치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제한없는 가족상봉 북측가족 1인당 남측 혈육 5명으로 상봉 인원이 제한됨으써 가족을 만나지 못한 친인척들은 북측 방문단이 가는 장소마다 몰려들었다.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하는 남측 가족들이 이른바 ‘깜짝 상봉’을 시도한 것이다. 16일 낮 워커힐 호텔의 합동오찬에는 북측 심규황(65)씨의 남측가족 11명이 찾아 왔으나 6명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북측 조주경(68)씨의 남측 사촌동생 조주찬(67)씨는 “5명의 상봉가족을 정하느라 가족들끼리 갈등도 있었다”며 ”상봉인원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디서든 만날 수 있어야 지정된 상봉 장소이외에 고향집이나 원하는 곳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측 방문단의 박상원(65)씨 등 3명은 병들어 거동조차 힘든 노모를 워커힐 호텔까지 오게 해 앰뷸런스 안에서 감격적인 상봉을 했지만, 량한상(69)씨는 어머니를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사는 어머니 김애란(87)씨가 몸이 너무 아파 앰뷸런스로도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
북측의 김옥배(66)씨는 “어머니 품에서 잠들고 싶어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며 “집에가서 손수 어머니께 밥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상봉시간이 너무 짧은 점, 북측의 행정 착오로 혈육의 생사가 바뀌어 남측 방북단에게 통보된 점 등도 당장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