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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흑자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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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흑자의 허와 실

입력
200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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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상장기업(446개)들이 올 상반기에 큰 폭의 매출 증가와 함께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다고 한다.더불어 코스닥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도 크게 좋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환란 발발이 엊그제 같은 데 우리 기업들이 이렇게 빠른 회복력을 보이고 있어 대견스럽다. 더욱이 올 상반기에 원화절상 추세, 금융시장 불안, 국제원자재 가격 앙등 등 내외 악조건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이 평가할 만 하다.

우리 기업들의 상반기 호실적에는 여러가지 요인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저금리와 내수경기 활황, 미국 등 세계 경기 호황, 정보통신 혁명에 의한 생산성 증가 등 전반적으로 영업과 생산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환란 이후 구조조정 등 기업들의 내부 개혁 효과가 근본적인 토대를 제공했다고 본다. 부실사업 정리, 인원 감축, 재무구조 개선 등 허리띠를 졸라매 생산 및 영업이 탄력을 갖게된 결과일 것이다. 예컨대 부채비율 감축이 그중 하나다.

금융비용 부담이 예전과 같이 과도한 상태에서 사상 최대의 흑자는 어림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실적의 이면에는 어두운 구석도 적지 않다. 기업의 수익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이는 총량적 규모의 증가일 뿐, 업종별-기업별로 명암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반도체 정보통신 자동차 등이 큰 호황을 누린 반면 건설 기계장비 화학업종 등은 오히려 실적이 악화돼 전체적으로 균형있는 성장과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 포철 한전 3개사가 상장기업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니 기업별 수익편중 현상도 심화된 편이다. 일부 소수 업종과 기업에 목을 매다는 경제는 두말할 나위없이 위험하다.

코스닥 기업들도 전체적으로 수익과 매출이 늘어났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반드시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인터넷 닷컴기업들 중에는 영업이익 보다 보유 주식 등 이른바 재테크를 통한 영업외 수익에 의존한 경우가 많아 아직도 불안하기만 하다.

상장기업 실적은 우리 경제의 주요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 전체를 대변하는 것도, 미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업종별-기업별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를 확연히 드러낸 상반기 실적은 일반 국민들과 중소기업 등 대다수 경제주체들가 느끼는 체감경기의 불황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정부는 전업종에 활력이 고루 퍼지도록 세심한 대책을 펴야 한다. 일부 업종의 실적 호전에 방심하지 말고 부단한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총체적 경제역량을 강화하면서 경기의 연착륙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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