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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뒤엔 냉엄한 분단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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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뒤엔 냉엄한 분단현실

입력
200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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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의 개별상봉 자리는 헤어짐을 준비하는 자리였다. 남의 부모는 북의 자식들의 안위를 걱정해 ‘주석님의 은혜’를 칭송했고, 북의 자식은 남의 부모 앞에서 ‘장군님의 사랑’을 기렸다. 기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선 특히 정치적 발언들이 많았다. 짧은 혈육상봉 뒤에 올 불가측한 현실의 무게, 분단의 냉엄한 현 주소를 일깨워준 장면들이었다.○…남의 어머니 이선행(81)씨는 북한 중앙텔레비전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에 들어오자 북의 아들 진일(59) 진성(53)씨에게 “아버지 없이 자식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준 것은 주석님이다. 주석님 만세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금 지도자이지만 너희들을 키운 것은 주석님이다. 나는 나대로 남에서 조국에 충성하고 너는 북에서 조국에 충성해라.”고 말해 주위를 처연케 했다.

○…북의 딸 이도순(55)씨는 남의 아버지 이몽섭(75)씨에게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으로 살아왔다. 아버지는 남에 있어서 걱정 많이 했다. 아버님이 장군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잘못을 했다 해도 지나간 과오를 묻지 않겠다.”고 했다.

도순씨는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 힘있는 자는 힘으로, 돈있는 자는 돈으로, 학식있는 자는 학식으로 기여를 해야 한다”는 민족대단결 10대강령의 지침을 되뇌기도 했다. 그러자 이씨는 “이제 그만하자”고 했고, 부인 김숙자(78)씨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남의 아버지 최성록(79)씨는 북의 딸 영자(53)씨가 “50년만에 만난 것은 모두 장군님의 덕분이다”고 하자 “나는 남쪽이니까 김대중 대통령께 감사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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